千字文

강상규 · Huma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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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일러두기 본문 글을 마치며 참고 자료 및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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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 그 속에 숨어있는 당대 민초들의 삶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르 황… 어린 시절, 딱히 한자를 공부한 것이 아니라 해도 천자문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왔을 것이고 위와 같은 앞 구절쯤은 한 번씩 읊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천자문 속에 어떠한 뜻이 담겨 있는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책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천자문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천자문을 통해 한자를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천자문에 담긴 뜻풀이를 통해 읽는 이에게 그 의미를 전달해준다. 天地玄黃 宇宙洪荒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르 (황) 집 (우) 집 (주) 넓을 (홍) 거칠 (황) ‘天’자는 푸르지 않은데……. ‘天地(천지)’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하늘과 넓고 큰 땅덩어리’라는 뜻이며, ?설문(說文)?에 ‘玄(현)’은 ‘검붉은 빛깔’이며 ‘黃(황)’은 ‘흙빛’이라고 합니다. ?회남자(淮南子)?의 ?제속훈(齊俗訓)?에는 “하늘은 둥글어서 컴퍼스로 잴 수 없고 땅은 모가 나서 곧은 자로 잴 수 없다.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가 宙(주)이고, 동서남북 위아래가 宇(우)이며 道(도)는 그 사이에 있다.”라고 합니다. ‘洪(홍)’은 ‘냇물이 크게 넘치다’라는 뜻이며, ‘荒(황)’은 ‘잡풀이 우거져 가려내기 어렵다’라는 뜻이 됩니다. <중략> 그러나 하늘은 실제로 밤에 보면 검게 보이나 낮에 보면 푸르른 빛깔입니다. 하늘은 정말 푸른빛인가요? “한 마을에 어린 아이가 있었는데, ?천자문?을 배우던 중 글 읽기를 싫어하며 웃으며 말하기를 ‘하늘을 보니 푸르른데 ‘天’자는 푸르지 않아 읽기 싫습니다.’라고 하였다. 이 아이는 슬기롭다 할 만하니 창힐(蒼?)을 굶어 죽게 할 만하다.” ?연암집(燕岩集)?에 나오는 ?천자문?에 대한 농지거리입니다. (pp.9, 10) 책에서는 여러 고서들 속에 나와 있는 천자문과 관련된 이야기, 천자문의 뜻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인용하며 보다 확실한 천자문 뜻풀이와 더불어 옛 문헌들을 음미하게 해준다. 또한 천자문 속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작가는 천자문의 뜻을 풀이한 뒤 그 속에 숨어 있는 내용들을 말하고, 이후 현실의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결국 작가는 옛 시대를 살다간 이들의 삶을 천자문 속에서 꺼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그 대상이 바로 부제에 나오는 풀이다. 풀을 감싸기도 하고 눕히기도 하는 바람으로 표상되는 이들보다 더욱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는 것이 풀로서, 이는 민초의 모습을 나타낸다. 풀은 곧 바람에 쏠리어 거친 버덩(나무는 없이 잡풀만 난 거친 들)에 누워버리지만 곧장 일어서는 숨탄 이들이다. 동양고전에서 가장 많이 말하는 이들은 백성 곧 풀이며, 이를 통하여 그들은 어긋난 바람의 존재를 바로잡아준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서도 오롯이 서서 바람의 냄새를 맡으면서 나쁜 냄새의 편린과 앙금을 거두어 다시금 거르는 체와 같은 이들이 바로 민초이다. 잘못 부는 바람의 몸짓에 풀은 누워버리지만 끝내는 바람이 지나간 것과는 반대로 그 자리에 꿋꿋이 버티어 잘못된 바람의 갈피(이치)를 바룬다. 사바탁세(娑婆濁世)의 뭇 바람의 잇속에 물들고 찌든 때를 씻기고 새 옷을 입히는 이들이 바로 풀의 존재이다. (p.3) 책에서는 이러한 풀이를 할 때 이미 많이 잊혀진 옛 우리말을 사용하여 보다 강하게 옛 정취를 회고시켜 준다. 그리고 그 옛말들에 각주를 달아 아래쪽에 현대어 뜻풀이를 적어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 없이 만들어주고 있다. 그 한 예로 부제로도 적힌 ‘울세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떨거지가 많다. 족속이 많고 번성하다.’라는 뜻으로 풀에 담긴 민초들의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옛말의 사용으로 옛 정취뿐만 아니라 언어적 운율의 아름다움까지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시장바닥을 둘러보면 가게를 가진 사람들 모두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고 뾰로통한 얼굴을 보입니다. 사람들도 거반 주머니를 열지 않고 댓바람에(단박에) 물건을 사지 않고 바장입니다(부질없이 짧은 거리를 오락가락 거님). 저잣거리가 얼어붙고 있습니다. 무싯날(장이 서지 않는 날)은 더더욱 꽁꽁 얼어붙는 겨울 된바람(북풍-北風)에 민초들은 삶을 둥개며(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쩔쩔맴) 억지로 이어가나 봅니다. 이 누리를 다스려 까만 머리 민초를 건져낼, 곧 경세제민經世濟民의 뾰족한 수는 없는지……. 늘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는 까만 머리들을 울세게(일어나다) 할 이가 정말 필요합니다. (pp.190, 191) 천자문의 뜻풀이 이후 현대의 우리들의 삶을 돌아봄에 작가는 옛날과 마찬가지로 힘겹게 살고 있는 오늘날의 풀, 민초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를 통해 지금도 통용되는 천자문 속의 민중들의 삶의 모습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천자문을 통한 한자 학습서의 영역을 넘어 옛 이야기와 언어에서 나오는 아름다움과 현대에까지 통용되는 민중들의 강인한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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