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 안종화(安鍾和, 1902~1966)가 몸소 체험하고 기록한,
한국영화 초창기 40년의 연대기를 복원하다
안종화(安鍾和, 1902~1966)는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한국영화사의 초기를 몸소 체험하고 기록한 인물로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배우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딛은 후 감독으로도 활동하며 한국영화의 초창기를 이끌었고 <꽃장사>(1930), <노래하는 시절>(1930) 등의 작품을 연출했으며, 그의 연출작 <청춘의 십자로>(1934)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무성영화로 오늘날 학술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안종화는 단순히 영화 제작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국영화의 발전사와 그 이면을 기록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그는 한국 연극의 태동기인 신파극 시대의 극단과 연극인들의 활동을 기록한 『신극사이야기』(1955)를 통해 안종화 자신의 활동과 회고를 토대로 우리 연극의 초창기 주요 인물과 단체, 이들의 이면사를 기록했고 활동사진 초창기부터 해방 직전 시기까지 한국영화의 이면 비사를 다룬 『한국영화측면비사』(1962)에서는 회고록 형식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영화산업의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러한 작품들과 비교해, 「한국영화 40년 약사」는 40여 년의 한국영화사 연대기를 정사(正史) 형식으로 정리하며 영화사의 큰 흐름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의의를 지닌다.
▶ ‘활동사진’부터 ‘시네마스코프 총천연색 영화’까지
한국영화 40년의 주요 사건과 흐름들
『안종화 「한국영화 40년 약사」』는 총 2부 구성이다. 1부에서는 안종화가 집필한 「한국영화 40년 약사」 해제본과 이를 순차적으로 살펴본 「한국영화 40년 약사」의 특징과 의미를 담는다. 안종화는 활동사진 도입의 초창기부터 무성영화와 발성영화를 거쳐 시네마스코프 총천연색 영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영화 40년의 흐름을 총 13개의 장으로 나누어 기술한다. 김종원은 「안종화 「한국영화 40년 약사」의 특징과 의미」에서 이를 하나씩 살펴보며 “현장에서 겪은 일을 씨줄 삼아, 보고 들은 얘기를 눈높이의 날줄로 엮어냄으로써 각주(脚註)가 필요 없는 기록으로 남게 하였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2부에서는 한국영화의 근대적 기반을 다진 안종화의 일대기를 순차적으로 구성하여 그의 영화적 발자취와 한국영화사의 주요 사건들을 9개로 정리하여 엮어낸다.
한상언은 「안종화의 배우 시절: 여형배우에서 화형 배우로」를 통해 안종화가 연극과 영화계에 발을 디딘 20세 전후의 시기를 살펴보며 그가 배우로서 활약했던 이력을 조명한다. 이효인은 「카프영화 운동과 안종화」에서 카프 영화 운동 시기의 안종화를 고찰하며 카프 영화인들과 충무로 영화인들의 헤게모니 경쟁, 윤리적 정당성 문제 등을 살펴본다. 김명우는 「안종화의 초기 연출작 <꽃장사>와 <노래하는 시절>」에서 1930년대 전후 안종화가 활발히 연출했던 작품들을 중심으로 당시의 영화 제작 과정과 그의 감독 활동을 탐구한다.
정종화는 「식민지 조선의 멜로드라마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청춘의 십자로>」에서 안종화의 대표작이자 식민지 조선영화계에서 무성극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극대화한 <청춘의 십자로>를 분석한다. 이화진은 「조선일보사 주최 ‘제1회 영화제’와 안종화의 영화사 서술」에서 1938년 조선일보가 주최한 제1회 영화제를 중심으로, 안종화가 연재했던 「조선 영화 발달의 소고」를 살펴보며 한국영화의 과거와 영화사 기록의 의미를 고찰한다.
전지니는 「해방기 안종화의 역사극과 ‘민족’이라는 화두」에서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발발 전까지 약 5년 동안 안종화가 제작한 역사극 중심의 극작과 연출 이력을 살펴본다. 함충범은 「안종화 감독의 경찰영화 <수우>에 관한 재고찰」에서 <수우>가 해방기 경찰영화로서 지닌 의의를 재해석하며 해방기 안종화의 영화계 활동을 탐색한다. 유창연은 「한국전쟁 이후 안종화의 영화계 활동」에서 한국전쟁 이후 안종화가 영화계에서 보여준 주요 활동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남기웅은 「한 손에는 ‘메가폰(megaphone)’, 한 손에는 ‘교편(敎鞭)’을 : 안종화의 영화교육 활동」에서 안종화가 영화교육자로서 한국영화의 초기 기반을 다지는 데 기여한 궤적을 살펴보며, 조선영화의 건설에서 그가 강조한 ‘연구’와 ‘교육’의 중요성을 조명한다. 또한 조성민은 「카메라로 본 한국영화사」를 통해 각 시기별로 영화 제작에 사용된 카메라를 소개하여 당시 영화 제작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한다.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이론총서 41집
『안종화 「한국영화 40년 약사」』
『안종화 「한국영화 40년 약사」』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이론총서 41집으로 기획되어 발간되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1979년 영화이론총서 제1집 『영화예술로서의 성장』부터 2024년 영화이론총서 제40집 『시네필의 시대』까지 총 40종을 발간한 바 있으며 이번 총서는 ‘2024년 국가기록원의 맞춤형 복원·복제 지원 사업’을 통해 안종화의 「한국영화 40년 약사」 친필 원고의 해제본을 작성하여 제작되었다.
이 책은 애초, 1961년 한국영화 4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되었으나 발표되지 못한 채 1979년 영화진흥공사에 기증되어 잡지 『영화』의 5·6월호 및 7·8월호에 일부 소개된 채로 잊혔다가 2024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오랜 기간 원문 형태로 보존되어 있던 원고를 현대적 시각으로 복원해 이번 총서로 재탄생시켰다. 이 책은 안종화가 발전하는 한국영화의 역사 한가운데서 배우이자 영화감독, 영화사가의 시야로 살펴본 한국영화사의 기록이자, 한국영화의 태동기부터 1961년까지의 흐름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조명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