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뜨거운 것들

최영미 · Poem
1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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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은 1994년 첫 시집 로 문단에 화려하게 나왔다. 한 해에 50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 기록을 세우며, 당시 아이돌 가수에 못지않은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이후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내가 사랑하는 시> 등의 여러 시집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에게 거침없이 사랑과 자유를 노래해왔다.

Author/Translator

Table of Contents

1부 고해성사|정치인|한국의 정치인|성공한 여성|풍자시 연습|秋想|돼지의 죽음|닮은꼴|권력의 얼굴|베를린의 여름|추상적인 단어장|신촌의 옛 풍경|1987년 겨울 2부 이미|호텔방에서|일기예보|백화점 가는 길|옛날 남자친구|꽃집에서|선물|겨울의 문|연인|의식|유치한 시|뒷맛이 씁쓸하지 않은 3부 유년의 변두리|지금은 사라진 욕실에서|추석 즈음|잠꼬대|자살을 꿈꾸는 그에게|계약|Merry Christmas|아이와 다람쥐|세월의 신발장|낙엽|2009년의 묘비명|마지막|꿈이 빠져나간 주머니 4부 채널을 돌리며|마법의 상자|상도터널|열쇠를 잃어버리고|탄식|인터뷰를 마치고|개미|야구장에 나타난 시인과 사장님|이름 풀이|평화 만들기|내가 요즘 배우는 것들|오해|지도를 보며|동서울종합터미널 1|동서울종합터미널 2|월동 준비|서울의 울란바토르

Description

추천의 글 “살았다/사랑했다/썼다”(「2009년의 묘비명」). 최영미의 시는 단순 명쾌하다. 그래서 “붕괴 직전의 예민한 신경을 끌고/시장에 나가 장사꾼들과 흥정한다”(「계약」)거나 “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나는 울었다”(「옛날 남자친구」)며 삶의 습습한 그늘을 토로할 때에도 칙칙하지 않다. 뜨겁고 서늘하다. 소설에서와 달리 시에서는 시인과 화자가 겹치기 일쑤다. 시인의 일상이나 몸과 마음의 형편과 동태가 작품에서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최영미는 그걸 꺼리지 않는다. 거침없고 서슴없다. 생이 얼마나 엄정하고 혹독한 것인데 자질구레한 부분에 연연할 것이냐며 본질과 핵심을 향해 질러가는 명민함이, 타고난 양명함과 자유로움에 포개져 그런 것 같다. 그 대범함에는 자부심도 한몫했으리라. 자신의 명민함에 대한 자부심, 젊은 날 수많은 독자들의 아이돌 시인이었던 데 대한 자부심, “가까운 그날에/당신 없이,/내가 앞장서 올라가야 할 언덕/길을 잃지 않으려”(「추석 즈음」) 맏딸로서 가족에게 책임을 다하며 산다는 자부심, 매력 있는 여성으로서의 자부심. 내가 설핏 엿본 최영미는 그런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아침에 가장 늙었고/저녁이면 다시 젊어져//어둠이 눈꺼풀을 덮는 밤이면/(……)//내 놀던 옛 동산에서 내려와/ 꿈이 깨진 뒤에도/살아서 비겁한 밥을 먹으며”(「뒷맛이 씁쓸하지 않은」) 쓴 이번 시집에는 곳곳에 시인의 외로움과 고단함이 배어 있어 가슴을 아리게 한다. 하지만 순정하고 무구하고 절절한 사랑을 기억하고 희구하는 이 ‘시니컬 차도녀’의 시편들에선 때로 산들산들 때로 거세게, 참으로 향기롭고 아름다운 바람이 회오리쳐, ‘뒷맛이 씁쓸하지 않’다. 감히 말하건대, 젊은 한때 응석꾸러기인 줄로 알았던 시인 최영미야말로 생을 움켜쥔 것 같다. _황인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