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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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호의《어느 졸병이 겪은 한국전쟁》은 ‘경험은 기록으로 남아야 문화를 이루고 역사로 남는다’ 뜻에서 벌이는 나라 안팎 한국인 기록문화상 회상기 갈래 당선작 가운데 하나이다. 지은이는 6?25가 터지기 일주일 전, 임진강을 넘어 남한에 안착한 다음 본의 아니게 ‘간첩’으로 내몰려 갖은 고초를 당하게 된다. 전장의 최전방에서 인민군, 의용군, 중공군, 친북부역자를 죽이는 등 졸병으로 겪을 수 있는 갖은 비참한 전투원의 고초를 겪다가 전쟁 첫 해 겨울, 그만 발이 동상에 걸려 수용소로 이송된 뒤에 발 절단 수술을 받는다. 그 뒤로 휴전할 때까지 여러 수용소와 병원을 전전하면서 거제도 포로수용소 폭동을 경험한다. 전쟁은 한 가지 빛깔만 띠는 게 아니라 갖은 공간과 시간에 따라 여러 빛을 내뿜는다. 그는 ‘전쟁’이라는 구조 안에서 한 개인의 ‘선택’과 ‘판단’의 폭이 얼마나 좁은 것인지를, 그리고 그 좁은 선택지 가운데서 하나를 고르도록 내모는 상황 자체가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를 담담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의 증언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군 지휘관이나 장교들이 겪은 그것들과는 성격이나 양상에서 전혀 다르다. 부대를 지휘하거나 명령하는 처지가 아니라, 그들의 명령을 받들고 목숨 걸고 싸워야 했던 말단 졸병의 시각에서 서술한 점이 특이하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회고록이 대체로 지휘관과 특정부대의 업적을 과대평가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무호의 이 ‘참전’ 수기는 ‘전쟁’이라는 구조와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냉랭한 일화들에 더욱 충실하려고 애쓴다. ‘전쟁의 속살’은 과연 어떤 빛깔일까? 이 책은 ‘졸병’의 시선을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