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마다가스카르에서 벌어지는
여행자의 두근두근 로맨스
아프리칸 걸이 되고 싶었던 Jin, 사랑에 빠지다
재수생 시절 우연히 보게 된 TV 속의 아프리카. 금발의 미녀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단숨에 사람의 마음을 적시는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후 여대생의 3년이 흘렀고, 졸업을 앞두고 마치 재수 시절처럼 막막하기만 할 때, Jin은 그때의 아프리카를 떠올렸다.
마다가스카르로 떠난 Jin은-물론 로맨스를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녀의 여행지는 유럽도 아니고 아프리카도 아닌 아프리카 섬나라였던 것이다- 예고 없이 불쑥 다가온 현지인에게 마음을 온통 빼앗겨 버린다. 한국을 떠난 지 1주일만의 일이다. ‘붉은 땅과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멋진 아프리칸 걸’이 되겠다는 결심 하나로 재수 시절을 버텼고, 취업을 앞둔 불안한 시기에 용기를 내 그 결심을 실천하려던 참이었다. 뭔가 거창한 여행의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춘기 소녀마냥 ‘팡’ 하고 한순간에 터지는 연애는 목록에 없던 것. 스물넷의 풋풋한 여행자는 목록에 없던 ‘로맨스 여행’을 시작한다. 스물넷의 눈으로 바라본 마다가스카르에 달콤한 여행 스캔들이 곁들여졌다. 어쭙잖은 밀고 당기기에, 질투심 유발, 토라지기, 바닐라 맛 키스... 그녀의 여행을 따라가는 독자는 마치 로맨스 소설을 읽듯, 친구의 연애 상담을 해주듯 결말을 기대하며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스물넷 Jin이 바라본 날 것 그대로의 마다가스카르
어린왕자와 바오밥나무가 아니었다면 마다가스카르의 인지도는 0%에 가깝지 않을까. 안다 하더라도 ‘로맨틱한 이름을 가진 섬나라’ ‘아프리카 근처의 어느 곳’ 정도로 희미하게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소위 ‘오지’를 다녀온 여행자는 질척한 미개발국의 현실을 뻔한 어투로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같은 오지여행자의 착각에 빠지지 않았다. 이상한 나라를 보여주는데 급급하지 않고, 연민이나 동정의 시선 없이 한국인 친구를 만나듯 마다가스카르인들을 만났고 그 중 한 명과 사랑에 빠졌다. Jin의 여행이 이목을 끄는 건 스물넷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마다가스카르를 써냈다는 점 때문이다. 편견 없는 눈으로 본 Jin의 마다가스카르는 2박3일간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바퀴벌레와 함께 잠들어야 하는 질척한 나라이고, 가슴이 콩닥거리는 길 위의 로맨스를 만들어 간 곳이다.
백일장 헌터의 글 맛 나는 여행 에세이
“여행 경비는 어떻게 마련했나요?”
“백일장 대필 아르바이트 했어요.”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업(?)으로 하는 발랄한 여대생의 여행기는 남다르다. 요즘 출간되는 뭇 여행서들이 현란한 사진과 편집으로 자극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이 책은 그녀의 특별한 마다가스카르 여행과 연애담을 위트 있는 문체로 풀어내, 글 자체로 독자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사춘기 소녀처럼 발랄하고 엉뚱하면서, 때론 지나치게 솔직한 감상을 털어놓는 문장들은 《호텔 마다가스카르》의 가장 큰 미덕이다. 10~20대 독자라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비유와 표현에, 30~40대 독자는 스물넷의 재기 발랄함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사진의 힘에 기댄 여행기가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Jin의 ‘글 맛 나는 여행기’는 특별한 여행 읽기의 즐거움을 준다. 한 장의 사진보다 힘 있는 한 문장이 미지의 나라 마다가스카르에 대한 상상력을 무한으로 확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