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역사학자가 쓴 책으로서 소설적인 재미와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동시에 주는 책이다. 저자는 나말여초(통일신라말 고려초기) 시기를 전공한 역사학자로서 오랫동안 ‘왕건’이란 인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고 한다. 고려 태조 왕건은 신라 말에 분열되어 가던 국가를 통일하고, 영토 또한 신라 때보다 넓혔던 천하의 영웅이었다. 또한 산천을 누비며 사냥하고, 수십 년 동안 전쟁터에서 목숨을 내걸고 싸웠으며, 29명이나 되는 여인과 사랑도 해 보았던 쾌남아였다. 더구나 최고의 통치자로 26년간이나 권세를 누렸던, 부럽다면 부러울만한 인생을 살아간 인물이다. 그러나 지금 왕건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왕건이 살았던 시대가 10세기에서 11세기로 넘어가는 밀레니엄 전환기였다는 점, 그리고 분열되어 있던 민족을 하나로 통합하는 업적을 이루어내었다는 점등 지금의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풀어나갈 단서들을 제공할만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책은 같은 시대의 영웅이었던 견훤과 궁예에 대해서도 주목을 하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승자인 왕건에 초점을 맞춘다. 궁예는 너무 급하고 저돌적이었고, 견훤은 무력에만 의존했던 반면 왕건은 자기 표현을 삼가고, 인내와 치밀함으로 미래를 준비했던 인물이었다. 후대의 사관으로부터도 왕건은 “겸손과 예의바름, 용기와 포용력, 인덕과 지혜, 정확한 인사원칙, 원대한 포부를 지녔던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왕건의 이런 덕목들이 현재의 지도자는 물론이고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될 만하다고 밝히고 있다. 궁예, 왕건 등 각 인물에 대한 설화와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동사강목 등 수십종의 사료와 이로 근거로 한 역사적 추측을 동원하여 완성된 이 책은 한 편의 역사소설을 읽는 듯한 생생함과 ‘이것이 실제였을까? 아닐까?’하는 역사적 진실성에 대한 궁금증을 한꺼번에 풀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