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끝나지 않은 ‘불안의 시대’ 불안을 느끼고, 불안을 만들고, 불안을 치료해온 인간의 역사 시대와 문화에 따라 모습을 바꾼 두려움과 불안을 탐구하다 “불안과 긴장, 그리고 그 영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조류가 현대 사회에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스트레스가 전혀 없던 시기가 있었던가?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어떤 감정이 생겨날 때마다 약을 먹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태어나 한 번도 불안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또한 인류 역사에서 불안이 없는 시기란 존재하지 않았다. 불안과 두려움에 대한 언급은 기원전 4000년 무렵 새겨진 쐐기문자 석판에서부터 현대의 여러 매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SNS의 140자짜리 짧은 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 내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불안은 언제나 인간과 함께 했고, 인간의 삶에는 늘 불안이 존재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 로마인과 중세 소작농, 현대의 회사원이 느끼는 불안이 모두 같은 것이었을까? 각 시대에는 어떤 방식으로 불안을 정의하고 불안을 이해했을까? ‘정상적인 불안’과 ‘비정상적인 불안’은 어떻게 구분되었을까? 『불안의 시대』는 각 시대마다 불안을 이해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저자는 불안이라는 감정의 역사를 서술함과 동시에, 철학, 종교, 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와 수단을 이용해 불안을 이해하고 치료하고자 했던 인간의 역사를 조명한다. 덴마크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는 “모든 존재는 좁쌀만 한 날파리부터 신의 권능이라는 거대한 신비에 이르기까지 모두 나를 불안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인간이 불안을 느끼는 대상은 언제 어디에나 있었고, 인간은 불안과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이론과 수단을 동원했다. 술과 아편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불안을 없애기 위해 흔히 처방되었고, 중세 유럽에서는 종교와 신앙이 불안을 없애는 역할을 수행했다. 프로이트가 제창한 심리적 억압 이론과 정신분석은 불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고, 심리학자들이 개발한 인지행동치료법은 불안을 치료하는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20세기 중반 이후 화학과 약리학의 발달로 등장한 항불안제와 항우울제는 약효가 뛰어나고 복용이 간편해 순식간에 가장 주된 불안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21세기에 도달해 과학이 발달하고 지식이 쌓여가면서 불안에 대한 이해와 치료법은 점점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이제 인간은 불안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진 것만 같다. 인간은 언제나 불안을 느끼고, 사회는 불안에 이름을 붙인다 그러나 아무리 치료법이 발달했어도 여전히 불확실한 것이 있다. 바로 ‘무엇을 치료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불안과 두려움은 누구나 겪는 보편적이고 본능적인 감정이지만, 그것이 언제나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형태나 성질, 또 언제 누구에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불안은 정상적인 것이 되기도 하고, 없애야만 하는 비정상적인 감정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높은 산꼭대기에 서 있는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낮은 계단을 오르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자연스럽지 못한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이렇게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를 나누는 기준은 일견 분명하고 명확해 보이지만, 이 기준은 특정 시대와 사회의 가치관, 지식 수준, 그리고 때로는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형성된다. 다시 말해 어느 사회가 정의한 부적절한 불안 증상은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인위적인 ‘사회의 발명품’이라는 뜻이다. 불안의 시대, 불안을 이해하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는 전장에서 벌벌 떠는 모습을 비정상으로 간주했고, 중세 종교시대에는 신에 대한 불신이나 내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았다. 그리고 현대 정신의학에서 ‘없애야 할 대상’을 정의하는 규정은 20세기 말 제작된 『DSM(정신장애 진단통계편람)』이다. 수차례의 개정을 거친 『DSM』은 정신질환의 진단명과 이에 해당하는 증상을 열거하고 있는 진단 안내서이다. 병원 진단, 보험의 보상 기준, 연구 기준, 정책 입안 기준에 이르기까지 정신의학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DSM』은 이전보다 더욱 넓은 범위의 증상을 불안장애로 정의하고 있다. 저자 앨런 호위츠는 현대에 범람하는 불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안을 정의하는 기준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정상’을 정의하는 기준은 언제나 그래왔듯 현대에도 역시 사회와 문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반영되어 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병명과 끝없는 진단에 두려움을 느끼기에 앞서, 지금까지 인류가 불안을 어떻게 정의해왔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불안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안다면, 이 ‘불안의 시대’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보다 깊숙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