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술의 역사, 인간의 역사
예로부터 술은 인간 역사와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잔에 담긴 포도주를 자신의 피라고 했고, 창세기 대홍수 이야기에서 방주를 만들었던 노아의 술주정은 성경에도 나와 있다. 중국 하나라 우임금은 술맛을 보고 난 뒤 금주를 선언했으며, 상나라 주왕의 주지육림은 사치와 방탕의 대표적인 비유이기도 하다. 이집트 피라미드에 남아 있는 낙서나 은허에서 발견된 갑골문에서도 당시 사람들이 술을 마신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또 어떤가. 동명성왕의 어머니인 유화와 해모수의 만남에도 술이 등장하고, 신라 시대의 놀이 도구인 주사위 주령구(酒令具)에는 ‘술 주(酒)’ 자가 쓰였다. 송나라 사람이 적은 고려에 관한 책에는 고려의 술맛이 어떤지도 담겨 있다. 조선 시대의 풍부한 기록이야 말할 나위가 없다. 이처럼 신화와 역사 시대에 걸쳐 빚고 마셔 온 술은 다양한 기록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전한다.
우리나라 전통주의 역사
이 책에는 조선 시대 각계각층의 오감을 사로잡은 여러 전통주가 등장한다. 국화주, 포도주, 이화주, 감홍로, 동동주, 소주, 막걸리, 삼해주, 향온, 방문주 등 처음 들어 본 생소한 술부터 오늘날에도 익숙한 술까지 다양하다. 왕부터 신하, 양반부터 평민, 노비에 이르기까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즐겼던 이 술들은 과연 어떤 이가, 어떤 술을, 어떻게, 얼마나 마셨을까? 또 술의 종류와 즐긴 사람만큼이나 궁금한 것이 바로 술의 제조법과 술 문화 그 자체일 것이다.
술과 관련한 여러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조선왕조실록》과 《고려사》를 비롯해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여러 위인의 문집, 편찬자가 정확히 밝혀진 고전부터 작자 미상의 책까지 아우르며, 술과 관련된 기록 이모저모를 찾아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대표적인 요리서인 《산가요록》, 《음식디미방》,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수운잡방》 등을 비롯해, 《지봉유설》, 《산림경제》, 《치생요람》, 《고사십이집》, 《임원십육지》, 《성호사설》, 《필원잡기》, 《동의보감》 등 각종 백과사전, 의서, 농업서, 개인 문집을 넘나들며 다양한 제조법은 물론이고, 당대 술 문화와 술의 생산지, 판매처 그리고 해장 문화에 이르기까지 두루 소개한다.
반복되는 술주정의 흑역사
이 책은 먼저 술의 역사부터 소개한다. 제일 처음 술을 어떻게 마시게 됐는지, 또 술을 만드는 대략적인 방법과 한반도 술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본다. 그리고 조선 시대의 다양한 전통주와 그 술을 마신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술 제조법과 함께 풀어낸다.
국화주로 우정을 쌓았던 고려 말의 벗 정몽주와 정도전의 결별, 원나라에서 수입된 포도주를 즐기는 서거정, 태조의 공신이자 태종의 측근이었던 술주정뱅이 권희달의 시호 이야기까지 술과 함께 펼쳐진 다양한 인물 군상을 먼저 만난다. 이어서 신하에게 막무가내로 술을 먹이거나, 혹은 필요 때문에 술을 권하거나 금했던 왕들도 소개한다. 대표적으로 세조, 성종, 연산군, 정조, 영조를 담고 있는데, 이들은 각각 어떤 술을 내리고, 어떻게 이를 이용했을까? 또 신분을 막론하고 사랑받았던 막걸리와 동동주, 소주를 비롯해 임금님의 술이었던 향온을 소개하며, 유명한 술고래의 일화까지 담았다.
조선 시대는 이처럼 술과 관련된 일화로 가득하며, 이 술들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지금까지 기록으로 전한다. 일견 같으면서도 다르고, 쉬우면서도 어려운 각양각색 술 제조법을 통해 당대 사람이 얼마나 술에 진심이었으며, 맛있게 만들고자 노력했는지 엿볼 수 있다.
또한 이 책 《한잔 술에 담긴 조선》에서는 무엇보다 술 때문에 일어난 각종 사건 사고를 통해 술이 사회에 끼친 피해까지 살펴본다. 오래되고 반복되는 술버릇과 술주정의 ‘흑역사’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술 문화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