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한국 최초의 창작시집 100주년 기념
한국시 탄생의 순간을 20권의 시집으로 재현
다가오는 2023년, 한국 최초의 창작시집 『해파리의 노래』가 출간 100주년을 맞이한다. 열린책들은 한국시사 100주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100년을 맞으며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을 출간한다.
한국 현대시사에서 20세기 초는 시대적 고통과 개인의 천재성이 만나 탁월한 시집이 다수 출간된 시기이다.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 시리즈는 당대 시인들이 남긴 시집을 엄선한 것으로, 오늘날의 독자들이 부담 없이 이들 시집을 접할 기회가 될 것이다. 총 두 세트, 스무 권의 시집으로 구성된 기념판은 한국 현대시 탄생의 순간을 충실히 재현하여 예술사의 가장 높은 성취를 현재화함으로써 이를 다음 세대에 계승하고자 한다. 가격은 세트당 38,000원으로, 권당 3,800원의 저렴한 가격이다. 세트로만 판매하며, 각 세트는 합지로 만든 견고한 박스에 담았다.
일반 독자가 20세기 초의 시집을 접하는 데에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하나는 시집 자체가 망실되거나 절판됨에 따라 입수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간 한글 표기법의 변화나 출간 당시의 오식 등으로 인해 독서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본 기념판은 당시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초간본 그대로 배열 및 편집하였고 말미에 정확한 간기(刊記)를 수록하여 초간본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하였다. 동시에 시적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의 표기를 오늘날의 법칙에 맞춰 바꾸었으며 이남호 고려대 명예교수의 책임편집 아래 오기를 수정하는 등 철저한 교정 과정을 거쳤다. 나아가 시에 대한 상세한 각주와 시집이 가진 문학사적 의의를 설명한 해설을 첨부함으로써 일반 독자들의 접근성을 더욱 높였다.
시집을 선정함에 있어서는 한국 현대시 100년사에 남아야 할 작품성이 있는 시집, 그중에서도 문학사적으로 의의가 있는 시집에 주목하였다. 그렇게 최초의 창작시집 『해파리의 노래』(1923)부터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까지 사반세기를 아우르는 스무 권의 시집이 선정되었다.
각 열 권으로 구성된 세트는 독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시집을 읽어 나갈 수 있도록 서로 다른 테마로 구성하였다. 하늘 세트에는 주로 이상적인 세계(자연, 종교, 고향, 유년 시절 등)에 대한 향수를 서정적이고 차분하게 노래한 시집을 모았으며, 바람 세트에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렘과 당대 현실로 인한 고통을 이야기하는 시집을 모았다. 각 테마는 수록된 시집 간의 연관성을 염두에 두며 읽을 수 있게 함으로써 독서에 추가적인 재미를 부여할 것이다.
한국시의 다양성과 시적 성취를 반영한 선정 기준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며
한국 현대시사가 곧 100년을 맞이하는 지금, 한 세기 전 시집을 출간하는 것이 단순히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출간의 의의가 과거에 대한 회고에 머문다면 이 시집들은 과거의 것으로 박제된 채 어떤 현재적 의미도 가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기념판에는 과거에 대한 회고를 넘어 이들 시집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여 이들이 여전히 오늘의 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런 만큼 본 기념판에 수록될 시집을 선정하는 데에 특별히 많은 고민과 신중함이 필요했다. 수많은 시집을 편견 없이 검토하면서 그 문학적 성취에 대해 논의하였고 그 현재적 의의를 고민하였다. 또한 시리즈 전체가 지나치게 하나의 흐름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다양한 성격의 시집을 담고자 노력하였다.
그 결과,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대표적 시인들의 시집이 우선 선정되었다. 예컨대 김소월, 한용운, 백석, 윤동주, 정지용 등과 같은 시인들의 시는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뿐만 아니라 이들이 보여준 탁월한 시적 성취를 통해서도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아 왔다. 다만 독자들이 이들의 시를 대개 선집의 형태나 개별 시의 형태로 접했다는 점에서 이번 시리즈가 이들의 시집을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읽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물론 기념판의 취지를 반영하여 일반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문학적 성취가 탁월한 시집 역시 선정하였다. 섬세하고 간결한 언어로 어두운 현실을 강렬하게 드러낸 박남수 시인의 『초롱불』, 젊음의 비애와 허무에 대한 감각이 예리하게 드러나는 오장환 시인의 『헌사』, 감정의 과잉을 지양하고 지적이고 기발한 착상을 보여준 모더니스트 김기림 시인의 『태양의 풍속』, 한국 현대시가 지닌 심미와 서정의 한 극단을 보여주는 김영랑 시인의 『영랑 시집』 등이 그러한 시집들이다. 또한 시대적 한계로 인해 작품이나 정보 자체를 접하기가 어려웠던 작품들, 대표적으로 카프계 시인들인 김창술·권환·임화·박세영·안막의 『카프 시인집』을 수록하여 태초 한국시가 보여준 한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한국시의 전통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
이번 기념판의 디자인은 지난 백 년과 다가오는 백 년의 만남을 시각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개별 시집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주제 의식을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으로 형상화하고자 하였다.
〈한국시의 지난 100년과 앞으로의 100년이 만나는 교차점에 놓인 이 특별한 세트의 표지는 한국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서정성과 격동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하늘과 바람, 매일 만나지만 손에 닿지 않는 이 두 소재를 각각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형상화했다. 아주 작은 픽셀 수백, 수천 개가 모여 우리가 익히 아는 풀밭과 산맥 그리고 물결을 이루는데, 여기에 더해진 몽롱한 색의 부딪힘으로 마치 언젠가 꿈속에서 만난 풍경인 듯 눈과 마음에 어른거린다. 이 이미지들은 뒤표지에 담긴 시구절과도 절묘하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언어와 함께 시각적인 재미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영랑 시집』의 이미지는 그의 시어들처럼 동글동글하고, 『현해탄』의 이미지는 부글부글 끓는 파도처럼 거칠다. 반면 『진달래꽃』의 표지에는 누구나 쉽게 한 구절 외울 법한 「진달래꽃」의 구절 대신 〈들꽃은 피어 흩어졌어라〉 라는 담백한 시구와 그에 어울리는 풍경을 담았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담긴 구절은 그의 시 「병원」의 한 부분으로 명확한 형태가 없는 거친 드로잉과 만나 새롭다. 어두운 현실에서도 이상과 고통을 개성 있는 언어로 노래한 한국시처럼, 짙고 어두운 색을 입힌 박스 안에 담긴 색색의 시집을 뽑아 드는 순간은 독자에게 반전의 즐거움 또한 제공할 것이다.〉 (열린책들 디자인 팀장 함지은)
하늘 세트
『해파리의 노래』(1923) 김억
시뿐만 아니라 서구시와 시론의 수용 그리고 민요시 운동의 측면에서도 한국시사에서 중요한 인물인 김억의 첫 시집이자 한국 최초의 시집. 정형시 창작으로 선회하기 전의 시 75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서구시의 분위기를 띤 자유시들이 주류를 이룬다.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연을 예찬하는 시들이 다수이며, 자유시임에도 불구하고 정형시에 가까운 리듬감은 전통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진달래꽃』(1925) 김소월
민족시인 김소월이 스무 살 전후에 쓴 「진달래꽃」, 「산유화」, 「초혼」 등의 시를 묶어 1925년에 펴낸 시집. 전체 16장 126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시집은 친근한 언어를 통해 보편적인 주제인 상실과 그리움에 관해 이야기함으로써 한국 서정시의 원형이라 평가받는다. 한국 현대시에서 최초로 널리 주목받은 시집이자 가장 폭넓게 또 가장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시집이다.
『님의 침묵』(1926) 한용운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이기도 한 한용운의 시집. 총 88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역설과 부정의 변증법을 통해 사랑의 형이상학을 고찰하고 있다. 세련된 언어와 품위 있는 어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