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세계의 수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한국 SF의 탄생! 김보영의 첫 작품집『멀리 가는 이야기』작가 김보영의 존재를 외부 세계에 널리 알린 마니페스토였다면, 『진화 신화』는 환상소설에서 하드 SF를 망라하는 폭넓은 장르적 스펙트럼에, 김보영의 SF를 구축하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인 특유의 논리적 성실함으로 빚어낸 보석과도 같은 작품들의 진열장이다. 세심하고도 감각적인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이 빛나는 작품들은 SF 팬덤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이야기되는 “김보영의 작품은 해외의 SF 잡지에 소개되어도 위화감이 없겠다”는 감탄 섞인 평가가 결코 수사적 표현이라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 독특하고 다채로운 시공간을 아우르며 구축한 경이로운 상상력의 세계 인간 사회의 신화는 어떻게 해서 생겨나며 어떤 사건 혹은 현상에 근거하여 어떻게 진화하는가를 우화적으로 보여주는 「진화신화」는 『삼국사기』의 고구려본기 중 짧은 기록을 근간으로 한 작품으로 신화적 상상력과 진화의 역설이 절묘하게 결합한 수작이다. “지금, 이곳”이 아닌 세계에 존재하는 인격들이 꿈꾸는 상상의 공간인 “지구”를 그리는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와 「땅 밑에」 는 생명체의 존재방식과 공간의 개념에 대한 비틀기를 시도한다. 설계자가 프로그램화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차이와 경계를 묻는 「스크립터」는 독자로 하여금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에 대한 확고한 구분을 가진 독자들에게조차도 설계자 혹은 세계에 대한 혼돈과 회의를 일으킬 만큼 정교하게 프로그램된 작품이다. 「종의 기원」에서 천착한 ‘누군가의 의해 설계된 세계’와 그 세계에 놓인 ‘존재’의 관계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도 통한다. 또한 「노인과 소년」은 인류가 되풀이해오고 있는 인간과 인생의 의미를 묻는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우화적 답변이라 하겠다. 자기 자신의 감정조차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 누가 되었든 바로 옆 사람의 감정을 전적으로 받아들여 자기화하는 소녀의 동행을 다룬 「거울애」는 그 소재의 독특함, 두 인물 사이를 팽팽하게 오가는 긴장감과 거듭되는 반전으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뒤집혔지만 한편으로 익숙한 세계를 탁월하게 그려내는 「마지막 늑대」는 작가의 또 다른 재능인 위트 있는 일러스트와 더해서 작품을 읽는 즐거움과 묘미를 배가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