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정치인들보다 더 위험한 정치인들이 있다.
그들이 나쁜 사람이거나 좋은 일을 전혀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는 정책이 죽음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 이 책은 2012년에 출간된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의 개정판입니다.
보수가 집권하면 언제나 사람들이 더 많이 죽는다.
한 세기에 걸친 폭력적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다
수십 년간 폭력 문제를 연구해 온 정신의학자가 어느 날 통계를 분석하다 기묘한 수수께끼에 부딪혔다. 그가 분석한 자료는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 통계였다. 한 세기 동안 일관되게 자살률과 살인율이 동시에 높이 솟구쳤다가 동시에 급격하게 떨어졌던 것이다. 대체 왜 자살률과 살인율이 같이 움직이는 걸까? 슬프거나 ‘미쳐서’ 자살하는 사람과 범죄적 동기로 남을 해치는 살인자가 어째서 동시에 확 늘었다가 확 줄어드는 걸까?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채 몇 년 동안 끙끙 앓기만 하던 어느 날, 그는 자살률과 살인율의 변화 주기가 대통령 권력 교체와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것은 더 골치 아픈 의문의 시작이었다. 자살률과 살인율이 대통령에 달렸다고? 대체 왜,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이 수수께끼에 도전한 사람은 바로 미국의 정신의학자 제임스 길리건이다. 그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눈에 뻔히 보이는 곳에 숨어 있었던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보수 정당, 즉 공화당 출신이 대통령이 될 때마다 온 나라가 자살과 살인이라는 ‘치명적 전염성 폭력’으로 고통 받는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인구로 계산하면, 민주당 대통령이 집권할 때보다 공화당 대통령이 집권할 때 자살자와 타살자가 11만 4,600명이 더 많았다.
자신의 발견에 놀란 저자는 이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 다각도로 검증했다. 지난 100년간 미국의 인구 변화와 실업, 불황, 불평등 같은 경제적.사회적 변수의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각종 통계와 기존 연구 성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집권 정당과 자살률.살인율 사이에 명백한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가 어느 쪽에 투표하는지에 삶과 죽음이 달렸다.”
빈곤, 불평등, 실업이 증가하면 자살과 살인이 증가한다.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무력감과 수치심이 폭력을 부추기는 것이다. 권위주의적 보수 정당이 추구하는 사회, 경제 정책은 불평등을 증가시키고 사람들을 강력한 수치심과 모욕감에 노출시킨다. 보수 정당은 사회의 위계질서를 중시하며 타인을 무시하고 경멸하도록 부추기고 불평등을 자연의 법칙으로 찬미한다. 이런 정당이 집권할 때 사회에는 수치심, 모욕감, 분노가 팽배하고 자살과 타살이라는 극단적 폭력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을 불평등과 폭력이 늘어나는 세상으로 몰아가는 보수 정당에 왜 자꾸만 표를 던지는 것일까? 어째서 그 정당과 그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은 불평등과 폭력을 키우는 정책을 계속해서 추구하는 것일까? 무엇이 유권자의 99퍼센트가 전체 인구의 1퍼센트에게 나라 전체 재산의 40퍼센트 이상을 몰아주게 만드는가? 이 책은 이런 의문에 하나씩 차근차근 답한다.
저자는 시종일관 치밀하고 냉정한 논리로 정치와 죽음의 상관 관계를 밝히고, 자살과 살인이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책임져야 할 문제임을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날카롭고 신랄하며 때로 위트 넘치는 문장은 책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은 진정으로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국가를 바라는 모든 시민, 유권자, 그리고 정치가들을 위한 중요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폭력의 원인을 연구하던 정신의학자, 충격적 진실을 발견하다
보수 정당인 공화당이 집권할 때는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이 증가하고, 진보 정당인 민주당이 집권할 때는 감소한다. 1900년부터 2007년까지 107년 동안 미국 정부가 발표한 통계 자료를 토대로 증명된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연의 탓이라고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컸으며, 전쟁과 공황 같은 역사적 격변이나 대통령 개인의 성향 차이를 비롯한 다른 변수를 뛰어넘을 만큼 강력한 일관성을 보였다.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의 정책에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폭력 치사(살인과 자살의 합계) 발생률.
왼쪽 축은 10만 명당 연간 사망자 수를 나타낸다. 그래프에서 1명이 더 죽었을 경우, 현재 미국 인구 3억 명 중 3천 명이 더 죽는 것을 가리킨다.
공화당 집권기에는 올라가고, 민주당 집권기에는 떨어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공화당 집권기에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봉우리가, 민주당 집권기에는 급격하게 하락하는 골짜기가 3번 나타난다.
이 충격적인 발견을 내놓은 사람은 미국의 정신의학자 제임스 길리건이다. 40년 이상 폭력의 원인과 예방을 연구해 온 폭력 문제 전문가인 그는 통계 자료를 분석하다가 우연히 이 사실을 발견하고 두 눈을 의심했다. 혹시 자신의 발견이 왜곡된 것은 아닌지 검증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발표한 공식 통계를 비롯해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검토하고, 조사 대상 시기를 세밀하게 쪼개보거나 여러 가지 계산 방식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1900년에 10만 명당 15.6명이었던 폭력 치사(살인과 자살의 합계) 발생률은 1912년까지 공화당이 쭉 집권하면서 21.9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1913년에 민주당의 우드로 윌슨이 대통령이 되고 1914년부터 1920년까지는 폭력 치사 발생률이 꾸준히 감소하여 17.4명까지 떨어졌다. 윌슨 정권이 끝나고 1921년부터 1932년까지 12년 동안에는 다시 공화당이 쭉 집권했다. 공화당 집권기에 폭력 치사 발생률은 다시 올라가서 1932년에는 26.5명으로 급등했다. 오늘날의 미국 인구 3억 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해에 79,500명이 살인과 자살로 죽은 셈이다.
1933년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집권하면서 20년간의 민주당 집권기가 시작되었고, 폭력 치사 발생률은 다시 급속하게 내려갔다. 1944년에는 15명으로 공화당 집권기 마지막 해의 26.5명보다 약 43퍼센트 떨어졌고, 오늘날 인구로 계산하면 한 해에 34,500명이 적게 죽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약간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1969년 공화당의 닉슨이 대통령에 당선될 때까지 폭력 치사 발생률은 20명 아래를 유지했다.
닉슨에 이어 공화당의 포드가 집권하면서 폭력 치사 발생률은 1975년에 23.2명까지 치솟았다. 1969년부터 1992년까지 24년 동안 공화당은 20년을 집권했고, 이 시기에 폭력 치사율은 대체로 20명을 넘는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1993년 공화당 출신 아버지 부시의 뒤를 이어 민주당의 클린턴이 취임하면서 폭력 치사 발생률은 다시 가파른 하락세를 보여서, 클린턴의 재선 임기 마지막 해인 2000년에는 16명까지 떨어졌다.
2001년 공화당의 아들 부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폭력 치사 발생률은 요동치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2007년 이후의 확실한 통계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2007년 한 해에 10만 명당 폭력 치사 발생률이 17.2명으로 늘어났고 클린턴의 재선 임기 마지막 해에 비해 살인과 자살로 죽는 사람이 연간 3,600명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범인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다
또 하나 놀라운 발견은 자살률과 살인율이 동시에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쪽을 끌어올리는 어떤 원인이 다른 쪽도 끌어올릴 가능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