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과잉의료는 개인에게 신체적, 정신적, 재정적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보건 시스템에도 재정적, 구조적 부담이 된다.”
『위험한 제약회사』의 저자이자 근거중심의학의 세계적 석학인 피터 괴체 교수가
자신의 경험과 함께 제시하는 과잉의료의 원인과 해법
의사는 왜 불필요한 검사와 처방과 시술로 환자에게 해를 입히는가?
환자는 왜 신중한 확인도 없이 의료인에게 자신의 건강을 쉽게 내맡기는가?
국가는 왜 의료를 정치에 남용하면서 안전 규제를 제대로 하지 않는가?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는 인구의 감소와 대도시 편중, 정치의 의료 포퓰리즘과 과잉의료 조장, 상급 의료기관의 대형화와 상업화, 의료전달체계의 역피라미드화, 질병 장사를 하는 제약회사들의 기만적인 의약품 개발과 불법 영업 행위, 거짓이거나 부정확한 의료 정보를 철저한 확인과 검증 없이 대규모로 유포하는 의학지와 각종 미디어, 허위 과장 광고와 선전 때문에 심신과 일상이 의료화되어 불필요한 의료 수요가 폭증한 대중, 의료의 공익성보다 기득권과 이익을 추구하는 데 골몰하는 의료계, 업계와 결탁하거나 압력을 받아 규제가 방만한 행정 기관, 의료 환경 변화에 따라 수가 및 급여 체계를 고치지 않아 의료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 보건의료 정책 등으로 인해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
이러한 시기에 현대 의료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살펴보고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신간이 출간되어 주목받고 있다. 근거중심의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코펜하겐 의과대학 피터 괴체(Peter C. Gøtzsche) 명예교수는 최근작 『위험한 과잉의료(Survival in an Overmedicated World)』에서 오늘날 과잉의료가 만연한 사회의 실상과 문제점을 파헤치면서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어렵고 딱딱한 학술적 논의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주면서 예리한 분석과 유머러스한 비평을 곁들여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피터 괴체, 불의와 타협하거나 굴복하지 않는 올곧은 의학자
1993년 세계적인 근거중심의학 연구 기관인 코크란연합(Cochrane Collaboration)을 공동 창립하고, 같은 해에 북유럽코크란센터(Nordic Cochrane Centre)를 설립했으며, 덴마크 왕립병원 수석 내과의사와 코펜하겐 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역임한 피터 괴체(Peter Christian Gøtzsche) 명예교수는 30여 년간 이른바 ‘5대 의학지’에 게재된 논문 100여 편 포함해 총 530여 편의 각종 연구 문헌을 발표해 22만 회가 넘게(2023년 10월 기준) 인용된 저명한 의학자이다. 또한 19개국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 『위험한 제약회사』와 의료계에 충격을 안긴 화제작 『유방촬영술 검사: 진실과 거짓 그리고 논란』을 비롯한 12권의 의학 논픽션을 펴낸 뛰어난 저자이기도 하다.
덴마크 의사 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로 알려진 그는 근거중심의학의 석학으로 불린다. 특히 그는 유방암 선별검사를 위해 실시되는 유방촬영술(유방 엑스레이)의 무용성과 위해성 그리고 정치적 배후를 규명해 널리 알렸을 뿐 아니라(하지만 유방촬영술을 이용하는 유방암 선별검사는 여전히 세계에서 널리 실시되고 있다), 방대한 임상 연구 자료 분석과 체계적 고찰(systematic review)을 통해 제약업계의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만행을 밝혀내 과감히 실명으로 공표함으로써 의료 공익에 크나큰 기여를 했다.
2018년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의 효과와 위해성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가 자신이 설립한 북유럽코크란센터에서 쫓겨나는 수난을 겪었다. 북유럽코크란센터가 외부의 영향에 받아 독립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여러 차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이제는 코크란 체계적 고찰마저 외부 압력이나 편집자의 주관에 따라 편향되게 편집되거나 은폐되어 신뢰를 잃어 가고 있다. 저자는 2019년에 과학 연구의 투명성과 개방성 확보를 위한 과학자유연구소(Institute for Scientific Freedom)를 설립해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강의와 기고, 저술, SNS 등을 통해 가장 신뢰할 만한 의학 및 과학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심각한 과잉진단과 과잉치료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의대 정원과 의사 수를 늘리고 대형병원을 증설해 의료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시기에 반드시 검토해야 할 문제가 있다. 불필요한 과잉수요와 과잉의료가 그것의 원인이 아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 저자는 의료 공급자에 의한 과잉의료와 의료 수요자에 의한 과잉의료, 둘 모두를 논하면서 의료 공급자와 관리자의 책임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의료 수요자의 주체성과 권리에 대한 조언도 하고 있다. 저자는 과잉의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우리는 심각한 과잉진단과 과잉치료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선진국에서 의사의 처방약이 심장 질환과 암에 이어 주요 사망 원인 3위일 정도이다.…… 이런 죽음은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이 모든 ‘피할 수 있는 죽음’은 분명 공중보건의 재난이다.”
“정신의학부터 신장학까지 여러 전문 분야에서, 질병을 정의하는 경계가 지나치게 넓어진 것은 아닌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환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과잉진단은 만연해 있으며, 심각한 문제다. 일단 사람에게 진단명이 붙으면 일련의 의학적, 사회적, 경제적 결과가─때로는 돌이킬 수 없게─따르기 때문이다. 진단과 그에 따르는 치료는 개인에게 신체적, 정신적, 재정적 타격을 주며, 동시에 보건 시스템에도 재정적, 구조적 부담이 된다.”
“건강염려증에 빠진 사람들을 돌보려고 하다가 진짜로 병에 걸린 사람들을 돌볼 시간이 없어진다.”
“다양한 보건의료 정책에서 미국은 19개 선진국 중 최하위였다. 문제의 상당 부분이 1차 진료 부실과 관련있다. 미국의 3,075개 카운티를 비교한 연구에서,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의 수가 20퍼센트 증가하면 전체 사망률이 6퍼센트 감소하는 관련성이 나타났다. 미국인들의 보건 문제는 극심한 소득 불균형과 만연한 빈곤 때문만이 아니다.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고 대학 교육을 받은 고소득층이면서 생활습관이 건강한 이들도 문제를 겪고 있다. 과잉검사, 과잉진단, 과잉치료의 결과로 보인다.…… 의료 민영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전문 분야와 전문의도 그러하다. 적어도 서구 사회에서는 말이다. 그 모든 의사들이 환자에게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든다.”
의사는 왜 과잉진료를 하는가?
본인과 배우자가 의사이기도 한 저자는 의사들이 과잉진료를 하게 되는 원인을 자신의 경험과 여러 일화를 통해 다각도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해 들려준다. 지금까지 어느 의사도 고백한 적이 없는 내부 고발 같은 내용도 있어 현대 의사들의 진료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첫째, 의사는 검사와 처방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번다.
“의사는 자신이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에 따라 대가를 받는다. 그러므로 검사를 많이 지시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번다. 때로는 다른 병원이나 외부 기관에 있는 CT나 초음파 장비로 검사가 실시되어도 의사가 이익을 본다.…… 복용하는 약으로 득을 보는 환자는 소수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1퍼센트의 환자에게만 도움이 되는 약 역시 아주 흔하다.…… 의사가 제안한 약보다 저렴한 약이 있는지 물어보라. 리베이트는 무척 흔하다. 부정부패가 별로 없는 나라에서도 의사들이 값비싼 약을 처방하면 환자 수대로 불법적인 돈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둘째, 의사는 자신의 진단을 과신한다.
“검사로 특정 진단이 나오면 의사들은 대체로 그 진단이 맞다고 여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의사들이 불확실성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