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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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디자인』의 저자 하라 켄야가 세상을 향해 물음을 던졌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당신 앞에 컵이 있다고 하자. 당신은 이미 이 컵에 대해 알고 있다. 그런데 만약 ‘컵을 디자인해 주세요.’라고 부탁받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컵이 디자인해야 하는 대상이 되는 순간 당신은 컵에 대해 잘 알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컵에 대한 인식이 이전보다 후퇴했다고 할 수는 없다. 아니 그 반대일 것이다. 무엇도 의식하지 않은 채 ‘컵’이라고 불렀던 때보다 한층 주의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더 ‘현실적인 존재로서의 컵’을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책상에 가볍게 턱을 괴어 보는 것만으로 세계가 다르게 보인다. 사물을 보고 느끼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그 수없이 많은 방법을 일상의 물건이나 커뮤니케이션에 의식적으로 반영해 가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앞으로의 디자인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서 그 가치가 매겨질 것이다. “디자인을 언어화하는 것은 또 하나의 디자인이다. 이 책을 쓰면서 비로소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하라 켄야가 『디자인의 디자인 특별판』을 출간하면서 했던 말이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 디자인에 대해 더욱 모르게 되었다고 해도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가 이전보다 후퇴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디자인의 깊은 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는 증거이다. ‘DESIGN OF DESIGN’에서 ‘DESIGNING DESIGN’으로 태어나다. 『디자인의 디자인』은 디자인을 말이나 글로 설명하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디자인임을 깨닫게 해 준다. 하라 켄야는 이 책을 쓰면서 비로소 그것을 알았다고 한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전람회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많은 생각의 자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 그것들을 반추하면서 재발견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디자인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정의하거나 상세히 적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때로는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하는 대상을 전혀 모르는 것으로 가정하고 그 실체에 도전해 보는 것이 대상을 조금이라도 더 깊이 인식하게 하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 사고, 수없이 많은 방법을 일상의 물건이나 커뮤니케이션에 의식적으로 반영해 가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그것을 이 책을 통해 한국 독자, 즉 디자이너는 물론 디자인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도서구성] 『디자인의 디자인』은 처음 이와나미출판사의 편집자 사카모토 마사노리의 권유로 시작되었다. 디자인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2003년 『디자인의 디자인』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디자인의 디자인』은 일본뿐 아니라 대만과 중국 그리고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동아시아의 많은 사람이 읽게 되었다. 한편 스위스의 라스뮐러출판사로부터 영문판 작품집을 출판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라스뮐러출판사는 “작품집 형식이 아닌 디자인에 대해 저자로서 책을 써야 한다.”라고 제안했고 하라 켄야 역시 작품집을 만들고 싶다기보다 자신이 생각하는 디자인을 세계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렇게 도판 중심의 책이 아닌 읽는 디자인 책이 완성되었다. 『디자인의 디자인 특별판』은 이전 『디자인의 디자인』을 해체하고 많은 글을 덧붙였다. 저자 자신이 새롭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고, 기존 방식으로는 이해시키기 어려운 부분들은 다시 고쳐 썼다. 독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원색 도판을 더 충실하게 보완했다. 하라 켄야의 디자인관에 대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가는 과정에서 글도 도판도 점점 늘어나 꽤 두툼해졌고, 그렇게 영문판 『디자인의 디자인』이 완성되었다. 영문판의 제목은 『Designing Design』이다. 그리고 이어 이와나미출판사에서 일본어판을 출간했고, 대만판, 중국어판 그리고 드디어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디자인의 디자인 특별판』에는 ‘건축가가 만든 마카로니전’ ‘Haptic’ ‘Senseware’ ‘백白’ ‘Exformation’이 추가되었다. 또한 무인양품에 대한 내용을 다룬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있다’는 그 뒤에 일어난 변화를 포함하느라 꽤 분량이 늘어났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장에서도 인류의 원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고찰한 내용을 덧붙였다. 디자인에 대해 작업하고 생각하는 만큼 글은 더욱 길어지고 책의 모습 역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