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차맨

오뒷세이아
새해의 다짐이 튼튼한 하체를 만드는 것이라 한껏 쇳덩이를 들어보는데 완력이 부족한 탓인지 쉽게 지치고 만다. 그래도 오기는 있어서 이가 갈리는지도 목에 힘이 바짝들리는지도 모른 채 힘줄을 쥐어짜보는데 이 또한 역부족이라 매 시진마다 근육들은 조그마한 좌절감을 기억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워털루의 전세를 뒤바꾸었던 포병부대의 절묘한 타이밍과도 같이 내게도 원군이 제 때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정신력의 존재를 기대해본다. 하지만 광풍은 울창한 삼림이 앞에서 가로막지 않으면 허공에서 흩어져버린다고 했나. 나의 정신력은 목표한 바가 뚜렷하지 않아 하나의 힘으로 전환되지 못한다. 아무래도 나의 정신력은 온전히 보습대일 땅을 필요로 하는 것이겠지. 한참을 뒤지고 또 뒤지고, 그래서 나는 결국 아이네아스를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한 때 라틴어를 공부할 적에 교재에서 보았던 그림을 기억하는 것이고, 그림 속에서 아이네아스는 늙은 아버지를 어깨에 이고 아들을 한 손으로 잡은 채 적병들과 맞써 싸워야 했고, 그래서 아내에게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고, 결국 아내는 죽었고, 나는 아이네아스가 팔이 세개였거나 신화 속에 그렇게 흔히 등장하는 거인이 아니였다는 사실이 슬프고, 비통하여 아이네아스의 강함이 도리어 한없이 약하게만 느껴진다. 비록 내가 아내를 잃는다는 것이 어떤 슬픔인지 알 겨를은 없지만, 알고 싶지도 않지만, 매우 매우 매우 하늘이 무너질 것이므로 아이네아스를 탓하는 마음이 커진다. 만약 내가 사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 우리가 피난을 가야한다면. 먼 훗날 나와 내 아내는 가산을 뒤에 이고 어디로든 안전한 곳을 찾아나설진데 만약 내 아내가 실수로 발을 헛디뎌서 발목이라도 삔다면. 나는 우리의 봇짐을 모두 내려놓고 아내를 업어 빨치산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이제 막 피는지 지는지 알 수 없는 꽃덤불 사이를 헤치며 우리 둘 한 몸 쉬일 수 있는 동굴같은 것을 찾아 헤메야할텐데. 내 다리가 이토록 약하여 당신마저도 업을 수 없다면 나는 평생을 울어야할지도 모를텐데. 이제야 나는 누군가를 업어줄 수 있다는 것이 그를 지켜줄 수 있다는 것임을 온전히 알게 된 것인데. 아이네아스를 떠올리면 자세를 비틀어서라도 개수를 한 두개 정도 더 채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