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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

민경

2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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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박지현

Books ・ 2023

이 책의 저자이면서 공인이자 정치인인 박지현은 내내 사과했다고 말한다. 확실히 내 기억을 되짚어봐도 뉴스로 접한 그녀는 언제나 사과했다. 민주당이 잘못했다고, 반성하고 쇄신하겠다며 성비위 사건이 터지면 늘 사과했다. 당의 잘못을 계속 성찰했다. 어딘가 이상했다. 사과해야할 사람은 하지 않았고 안 해도 될 사람이 자꾸 사과를 하는 모양새다. 비대위원장이 되기 전, 심지어 대선캠프 합류 전 발생했던 국회와 사회의 여러 성 문제들에 대해 왜 박지현이 사과를 하는가. 그녀에게 있어서 사과는 과오에 대한 인정이자 앞으로 보여줄 변화의 시작이었을 테다. 그런데 그녀가 내부를 혁신하는 걸 당내에서는 꺼렸다니 본말이 전도된 이상한 상황. 책 제목이 단번에 이해가 간다. 이상한 나라가 맞구나. 그녀의 언어들은 아마 그녀의 책임감과 정의를 향한 원칙의 고수에서 연유한 것 같다. 민주당 내부자이자 책임자라는 이유에서,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억울할 법도 한데 도리어 더욱 사과하는 그런 그녀가 멋졌다. 우러나오는 정의감이었다. 그녀의 결의에 찬 눈빛 뒤에 있었을 냉소와 조소, 외면, 중압감을 떠올리면 그녀를 어떤 형태로든 존경하지 않을 순 없겠다. 그녀의 공식 행보 기간이 있음으로써 세상은 실제로 조금씩 변해 갔다. 얼굴을 노출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일에 거부감이 옅어진 것은 단적인 예이다. 자유, 내부단결, ‘대안없음’을 핑계로 사회적 관용을 너무도 쉽게 바라는 사회가 이젠 더는 아니다. 또 아니어야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듯, 나아가 세상을 바꿔야 한다. 청년을 홀대하는 기성세대를 바꾸고, 여성 정치인을 은근히 부정하며 멸시했던 국회를 바꾸고, 공허한 약속만 난무하며 위선에 찌든 정치를 바꿔야 한다. 유불리를 내세움으로써 부당함엔 침묵하기도 하는 선별적•자의적 정치는 지긋지긋하다. 사유화되고 권력화되는 정치적 종용에서 탈피해야 한다. 어디선가 주섬주섬 모았던 글 중에선 이런 말이 있다. 우리는 사회가 더 좋아지도록 해야 하며, 동시에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또 이런 말도 있었다. 인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희망이라는 말. 세상을 바꾸는 힘. 나는 아직 정치에 희망을 건다. 박지현이 보여준 구조적인 취약 속에서도 꿋꿋이 나아가는 모습을 나는 정말 정말 어릴 적부터 바라왔던 것 같다. 아, 어디선가 그런 글도 봤더랬지.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이라고. 올해 총선이 가슴뛰는 이유가 되겠다. 앞장 서 정치에 몸 담은 청년 정치인들을 필두로 더 많은 청년들이 나오고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고, 여러 사회 문제들이 맥락화되고 의제화되길 기대한다. 도덕적 열정과 예리한 시선이 합쳐진 새로운 날들이 오길. 그렇게 된다면 정말, ‘와, 예술이군.’하는 경탄이 절로 나올 것이다. 이것이 가정이 아닌 현실이 됐을 때 과연 내 이 조건문이 참인 문장이 되는지 아닌지 보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꼭 현실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