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연수
6 years ago

어두운 숲
나는 <사랑의 역사> 옆에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꽂아두었고 <엄청나게...>를 읽은 다음엔 <사랑의 역사>를, <사랑의 역사>를 읽은 다음엔 <엄청나게...>를 읽었다. 그래서 알마와 오스카는 영혼을 나눈 쌍둥이처럼 살을 맞댄 표지 사이를 깡총깡총 뛰어다니며 두 작품의 서사를 뒤섞어 버리곤 했다. 작가 커플의 사랑과 삶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해서, 오래 전에 이혼한 줄을 몰랐다. 그러리란 생각을 못 해봤다. 그건 살아온 방식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해서 어느새 '어두운 숲'에 들어선 줄 몰랐던, 뒤늦게 길을 잃어버린 작품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의 내 현실이기도 한 것 같다. <사랑의 역사>보다 <위대한 집>이, <위대한 집>보다 <어두운 숲>이 더 난해하고 재미없었다. 그토록 생동하던 감각은 무뎌져가고 대신 삶을 지속할 의미들을 찾아야만 하는, 어쩌면 인생이 그런 여정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