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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경

천수경

4 month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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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졸리니의 길

Books ・ 2019

<파베세의 마지막 여름>에서 작가 피에르 아드리앙이 훨씬 무르익었다고 느꼈다. 다만 파베세보다 파졸리니에 대한 작가의 열정이 더 크다는 인상을 받았다. 파졸리니가 소아성애자의 프레임에 갇혀 생전에 받은 비난 때문에라도 더 열렬히 변호하고 싶었던 걸까. 더 큰 열정을 느낀 건 내 기분 탓일수도 있다. 이 책이 작가의 첫 책이라서 내가 가진 편견일수도. 마침 이 책을 읽었는데 올해 첫 시사인에서 김영민 교수는 파졸리니를 무려 대여섯 번이나 언급했다. 전쟁의 승리를 만끽하는 분위기를 의심했던 파졸리니의 정신으로 현재 민주주의의 승리를 의심해야 한다고, 승리를 기뻐하는 동안 가려지는 것들을 들춰내야 한다고. 죽은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유효한 사유들을 발명한 파졸리니는 여러모로 대단하다. 낙태와 관련한 그의 사상에서 솔직히 대폭 멀어졌고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친하게 지낼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작가의 열정이 흥미로워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요즘 제일 관심 있는 작가가 누구냐고, 당장 번역되어야 할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피에르 아드리앙이라고, 아직 번역 안 된 그의 책들이 궁금하다고 답할 것이다. 입만 열면 피에르 아드리앙 얘기를 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주영이한테 전화해서 파베세의 자살을 얘기했다. 주영이가 유길준과 관련된 박사 논문을 쓰는 중이라 유길준이 살았던 일본으로 곧 여행을 간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는 유길준이 먹은 걸 먹고 유길준이 들은 음악을 들으라고 설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