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동일 작가들의 전작 <생각한다>와 궤를 같이 한다. 대담하고 다채로운 그림이 단단한 글과 마침맞음으로 어우러질 때마다 나는 몇 번이나 무릎을 치고 경탄했는지 모른다. 당연히 잘 편집해야 한다는 당위와 강박과 구속과 강요로, 무한 교열 윤문에 디자인을 고민하다 보니 전작보다 6개월 더 걸렸다. 트레이싱지 자켓은 <생각한다>와 마찬가지로 이 책의 예술성과 진면목을 베일처럼 가려 시선을 이끌고, 본문 안에 사철로 엮인 4장의 노란색 트레이싱지는 봄처럼 산뜻하다. 트레이싱지를 넘길 때마다 그 위에 얹어진 문장들이 좌우를 바꿔가며 다양한 강박과 의무감을 반전처럼 허물어버린다. 이 책의 제작 사양은 트레이싱지 자켓, 문켄 표지, 비비칼라 면지 등 다양한 고급지에 헤드밴드가 더해졌다. 특히 습도에 민감한 트레이싱지는 특수 UV인쇄를 해 미세한 번짐조차 없다. 누구라도 자아를 마주하고, 행복을 상기하는 데 부족함 없이 아름답다. 끝으로 이 책을 편집하는 동안 나와 내 안의 내가 매일같이 나누었던 무언의 대화로 갈무리해 본다.
[정말 잘 해야 한다. 과연 최선인지 더 고민해야 한다. ‘지금도 계속 고민하고 있잖아!’ / ‘그건 고민이 아니야.’ / ‘그럼 대체 뭐란 말이야?’ / ‘그냥 생각해 보는 거지.’ / ‘이게 그냥 생각하는 거라고?’ / ‘그래, 진짜 고민을 해 봐.’ (한참 침묵이 흐른다.) 나는 다시 책을 펼치고 고민한다. 나도 더 이상 아무 말하지 않는다.]
해야 한다
잉그리드 고돈 and other · Humanities
104p

잉그리드 고돈과 톤 텔레헨이 선사하는 북유럽 예술과 철학의 결정체. 수많은 당위와 집요한 강박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우리가 지금 반드시 해야 할 것은 오직 한 가지! 행복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를 완벽하게 해방시켜 주는 철학 그림책. 벨기에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잉그리드 고돈의 그림에 네덜란드 대문호 톤 텔레헨의 철학을 더했다. 예리하면서도 대담한 그림 사이, 시처럼 때론 수필처럼 유려한 글이 면밀하게 직조된 46가지 사유가 우리를 옥죄는 당위와 강박을 낱낱이 파헤치고 명확하게 알려 준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