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팔방미인’ 사르트르를 한 권에?
실존주의 철학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 및 극작가, 참여문학론을 내걸고 글은 물론 몸으로도 앞장선 실천적 지식인, 한 사람의 남자로서는 다른 걸출한 지식인 여성의 평생의 반려-
이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을 한몸에 지닌 지성을 한 권의 책에 다 담아내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마지막 르네상스맨’,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 얘기다. 불가능할 것만 같던 그 비슷한 일을, 열한 명의 프랑스 문학 연구자들이 해냈다. 그래, 문학 연구자들이라서 시도라도 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문학 연구자들이란 무엇보다 읽기, 그것도 매번 새로이 읽기에서 누구보다도 달인 아니던가.
열한 명의 필자는 모두 사르트르라는 단일 주제를 연결고리 삼아 얽힌, 말하자면 느슨한 학문공동체다. 정명환(85) 서울대 명예교수를 구심점으로 한 여덟 명의 (당시로서는) 중견 및 소장 불문학자들이 의기투합한 것이 1994년 말. 이후 ‘한국사르트르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사르트르와 20세기>(1999), <변증법적 이성비판>(2009), <실존과 참여>(2012) 등의 공저ㆍ공역을 내면서 연구모임에 걸맞은 내공을 다져 왔고, 올해 연구회 발족 20주년을 맞아 ‘사르트르의 거의 모든 것’을 조금씩이나마 건드리는 야심찬 기획의 결과물을 <카페 사르트르>라는 제목으로 내놓았다.
서문을 제외한 열일곱 편의 글은 변증법, 존재론, 신체론, 미학, 소설과 극작, 사회적 윤리적 성찰 등 사르트르의 다양한 측면들을 한 가지씩 화두 삼아 천착한다. 이들을 ‘철학 카페’ ‘문학 카페’ ‘사회 카페’의 세 개 ‘카페’ 단위로 별렀다.
“사르트르가 카페와 식당을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사교와 토론의 공간으로 삼은 건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내미는 우리의 글들도 독자를 때로는 도서관에서처럼 진지하게, 때로는 공원이나 카페에서처럼 방심하게, 때로는 미술관에서처럼 놀라게 하기를 희망해 본다.”
_「책머리에」 중에서
필자들은 대학교수직을 진작에 은퇴한 일흔 언저리부터 삼십대 신예까지에 고루 걸쳤다. 모두 프랑스 문학 전공으로 교편을 잡았거나 잡고 있는 이들로, 이들의 저ㆍ역서와 논문 목록을 모아 보면, <카페 사르트르>가 이들 연구의 결실이기는커녕 집적된 연구의 빙산의 일각임을 실감케 한다.
풍성한 바깥고리
<카페 사르트르>는 사르트르를 사르트르 안에 가둬 놓기를 거부한다. 물론 고갱이를 이루는 것은 자연스럽게 소설 <구토> <자유의 길> <알토나의 유폐자> 「벽」, 희곡 <닫힌 방> <킨> <한 지도자의 어린 시절>, 베네치아 기행 <알브마를 여왕>, 문학/작가론 <문학이란 무엇인가> <집안의 천치>, 철학서 <변증법적 이성비판> 등 사르트르 자신의 텍스트가 될 것이다. 그러나 <카페 사르트르>의 매력은 여기서 더 외연을 넓힌, 그 풍성한 바깥고리에 있다.
먼저, 사르트르 텍스트를 ‘밖에서’ 들여다보기
ㆍ브레히트 희곡론으로 사르트르 희곡 읽기(문학 카페, 강충권)
사르트르가 읽은 다른 작가
ㆍ보들레르 평전 <집안의 천치>(문학 카페, 지영래)
다른 텍스트를 사르트르로, 나아가 들뢰즈까지 발전시켜 읽기
ㆍ<로빈슨 크루소>의 패러디 소설 (문학 카페, 정경위, 박정자)
‘동반자’ 시몬 드 보부아르, ‘갈라선 동지’ 메를로퐁티
ㆍ<피뤼스와 시네아스>(철학 카페, 강초롱)
ㆍ<초대받은 여자>(사회 카페, 강초롱)
ㆍ메를로퐁티와 함께한 <현대(Les Temps Moderne)>지(사회 카페, 윤정임)
그리고, 사르트르 증여 이론의 숨겨진 배후
ㆍ모스의 증여론(사회 카페, 변광배)
사르트르 르네상스-카페 사르트르에서 준비하세요
이땅의 386은 광주의 적자(嫡子)이거나, 하다못해 적자(敵子)나 적자(賊子)로라도 광주와 엮여 있다. 5ㆍ18을 불과 한 달여 앞둔 1980년 4월 15일 사르트르는 세상을 떠났지만, 386은 죽은 사르트르를, 정확히는 ‘68 이전의 사르트르’를 자양분으로 먹고 자랐다.
그 68 때 사르트르는 아도르노처럼 침묵하지도, 대부분의 기성 지식인들처럼 펜 뒤에 숨지도 않고 행동했다(집회 현장에서 돌아와 밤에는 ‘전향 선언’이라 할 <집안의 천치>를 쓰고 있었다는 것은 또 다른 주제다). 그러나 사르트르를 거름 삼아 꽃핀 68은 겨우 환갑을 넘긴 그를 그야말로 ‘쉰 세대 그 이하로 취급했다.
이제 3년여 뒤면 68이 50주년을 맞는다. 유럽 지성의 지형을 통째로 새로 짠 68을 거리를 두고, 이후의 과정과 결과까지 고려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하려는 작업들이 ‘타이밍’만 엿보고 있다. 그 68의 진원지인 파리, 그 중심과 주변의 딱 경계선에 사르트르가, 그리고 그의 그림자를 따라 이땅의 386이 서 있었다! 사르트르 르네상스, 이제 겨우 시작이다. 준비모임은 카페 사르트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