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리

카멜 다우드 · Novel
540p

Author/Translator

Table of Contents

1부 목소리 11 2부 미궁 197 3부 칼 379 옮긴이의 말 527 추천의 글 539

Description

2024년 공쿠르상 수상작 “난 진정한 흔적이야, 우리가 알제리에서 10년간 겪은 모든 것을 증명하는 가장 견고한 흔적.” 알제리 내전의 ‘검은 10년’ 그 끝없는 밤을 건너 빛으로 향하는 부활의 여정! 누가 울었는가를 기억하는 문학 문학에 세상의 상처를 기록하고 고발하는 측면이 있다면 누가 울었는지를 기억하는 것은 문학의 가장 본질적인 책무다. 『후리』는 ‘검은 10년’으로 불리는 알제리 내전의 기억을 되살려 폭력과 신앙, 그리고 남성의 권력 아래 침묵을 강요당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복원한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이 목소리는 개인의 고통을 사회의 윤리로, 한 지역의 상처를 세계의 문제로 확장시켜 어느 나라, 어떤 시대의 독자가 읽어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아픔과 회복의 시선을 보여 준다. 이 소설을 모른 채 윤리를 말한다면, 그것이 어떤 말이든 충분한 진실은 아닐 것이다. _「추천의 말」, 박혜진(문학평론가) 알제리 내전의 ‘검은 10년’ 그 끝없는 밤을 건너 빛으로 향하는 부활의 여정! 2024년 공쿠르상 수상작 『후리』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뫼르소, 살인 사건』으로 2015년 공쿠르 최우수 신인상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알제리 작가 카멜 다우드의 세 번째 장편 소설이다. 알제리 작가가 공쿠르상을 수상한 것은 상이 제정된 이래 처음이다. 이번 작품에서 다우드는 알제리에서 헌법으로 언급이 금지된 알제리 내전(1991~2002), 이른바 ‘검은 10년’을 정면으로 다루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알제리 내전은 1990년대에 정부와 이슬람주의 세력이 충돌하며 약 10년간 이어진 알제리 현대사의 큰 비극이다. 2024년 가을 『후리』가 프랑스에서 출간된 후, 알제리 정부는 “역사 왜곡”을 이유로 이 작품의 국내 출판을 금지하고 금서로 지정했다. 이 조치는 곧 작가의 용기, 기억의 정치, 그리고 문학의 윤리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을 국내외에서 촉발시켰다.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은 ‘오브(Aube, 새벽)’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1999년 12월 31일부터 2000년 1월 1일 사이에 벌어진 하드 셰칼라 대학살의 생존자다. 일가족이 몰살당한 밤 오브는 후두와 성대가 손상된 채 기적적으로 혼자 살아남았고, 그날의 상처로 육성(肉聲)을 잃고 튜브로 숨을 쉬게 된다. 소설은 오브가 뱃속의 아기, ‘후리’라고 이름 지은 딸에게 말을 건네면서 시작한다. 그녀는 이 뜻밖에 찾아온 아이를 두고 고뇌에 빠진다. 여성의 삶이 고통인 이곳에, 역사의 비극을 깨끗이 지운 이 나라에 아이를 태어나게 해야 하나? 답을 얻기 위해 그녀는 충동적으로 순례를 떠난다. 모든 악몽이 시작된 고향 마을로, 학살의 현장으로……. ‘후리’는 이슬람 전통에서 천국에서 의인(남성)에게 주어진다고 믿어온 처녀들을 뜻한다. 아랍권의 문학, 설교, 신학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이 판타지는 “세상의 기쁨은 죽음 이후에나 허락된다”는 사고방식을 강화해 왔다. 작가는 이 관념, 이 뒤집힌 사고방식이 삶의 의미를 흐리고, 타인과의 관계, 타인을 향한 욕망, 즉 여성과 성에 대한 관념을 오도한다면서, 이를 전복하여 주인공 오브로 대변되는 현실의 여성들인 ‘진짜 후리들’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이 같은 제목으로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난 진정한 흔적이야, 우리가 알제리에서 10년간 겪은 모든 것을 증명하는 가장 견고한 흔적.” 소설의 배경은 1990년대 알제리를 휩쓸었던 내전, 이른바 ‘검은 10년’의 상처가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2018년 알제리다. ‘새벽’을 뜻하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 오브는 스물여섯 살의 여성으로, 다섯 살이었던 내전 당시 이슬람 무장단체의 습격을 받아 가족을 잃고 자신 또한 목이 그어지는 참혹한 비극을 겪었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성대를 잃어 말을 할 수 없게 되었고, 목에 삽입한 튜브로 호흡하며 살아가야 한다. 학살의 생존자인 오브는 독신 여성 변호사에게 입양되어, 현재는 해안 도시 오랑에서 모스크 맞은편에서 작은 미용실을 운영한다. 소설은 이슬람의 최대 명절인 이드 축제(희생제)를 앞둔 어느 날, 임신 중인 오브가 뱃속의 딸에게 말을 건네면서 시작된다. 알제리 정부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헌장’을 통해 내전 관련 범죄자들을 사면하고, 그 시절의 비극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법으로 금지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오브에게 자신이 겪은 일은, 이제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역사’가 되어버린 셈이다. 내전의 피해자라는 사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조건은 그녀에게 이중의 굴레로 작용한다. 목에 남은 깊은 흉터를 지닌 오브가 꾸밈을 금하는 쿠란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미용실’을 운영한다는 사실은, 남성 중심의 알제리 사회에서 그녀를 더욱 경계와 적대의 대상으로 만든다. 모스크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미용실은 사보타주를 당하고, 경찰조차 그녀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는다. 이런 세상에서 과연 아이를 낳아도 되는지 스스로 묻는 오브는, 침묵을 강요하는 국가에 맞서 뱃속 아이에게 자신이 겪은 진실을 들려주겠다고 결심한다. 그녀는 그 답을 찾고, 과거를 마주하기 위해 고향이자 학살의 현장이었던 마을로 떠난다. 그 여정에서 오브는 내전의 상처를 각자의 방식으로 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로에서 만난 화물차 운전수 아이사와 그의 가족, 고향 마을에서 만난 함라, 그리고 뱃속 아기의 아버지 미문과 그의 아버지—을 만나고, 소설 속 화자가 다양하게 변주되며 각자의 사연을 풀어 놓으면서 국가의 비극은 개개인의 얼굴을 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비극으로 살아나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오브의 이 순례는 국가가 지운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 말할 권리를 되찾는 여정이면서, 오브 개인에게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살아 있으면서 ‘죽은 사람’처럼 존재해 온 그녀가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떨치고 마침내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순간은, 그녀가 겪고 목격한 무수한 죽음의 시간들을 떠올리면 더욱 벅차고 감동적이다. 결국 비슷한 비극이 되풀이되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희생자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넋을 기리는 행위가 왜 중요한가에 대해 이 소설은 분명한 답을 준다. 그것은 우리가 과거를 잊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살아 있는 자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알제리 ‘검은 10년’의 역사적 배경 알제리는 1962년 독립 이후 프랑스 식민 지배로부터 물려받은 중앙집권적 국가 구조와 단일 자원 중심 경제의 취약성을 충분히 극복하지 못한 채,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 일당 체제와 군부 중심의 권력이 굳어지면서 정치·경제적 불안이 지속되었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 속에서 이슬람 세력이 부상하고, 1991년 총선에서 이슬람구원전선(FIS)이 압도적으로 승리하자, 군부는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고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다. 이로 인해 ‘정치화된’ 이슬람 종교 세력과 ‘세속화된’ 군부 사이에 극단적인 대결이 시작되었다. 알제리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진짜 ‘검은’ 시기는 FIS 이슬람 무장세력이 전국적인 무장 투쟁을 시작해 산속으로 들어가면서부터다. 이에 정부군과 준군사조직이 반격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이 학살당했다. 이 시기 알제리 국민들은 양 세력 모두에게 강간, 고문, 살해를 당하는 공포를 겪었다. 이 내전은 약 20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낳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되었다. 내전이 끝난 뒤 알제리 정부는 사회 통합과 안보 안정을 명분으로 ‘국가 평화와 화해를 위한 헌장’(2005년)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내전 시기 국가 기관 및 무장 세력이 저지른 범죄를 대거 면책하고, 과거의 폭력을 공적 영역에서 언급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피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