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간격
이끼
봄날은 간다
염소의 저녁
적막
여치소리를 듣는다는 것
토란잎
툇마루가 되는 일
때죽나무꽃 지는 날
전전긍긍
도끼
덜컹거리는 사과나무
눈보라
곰장어 굽는 저녁
독야청청
살아남은 자의 슬픔
제2부
나비의 문장
춘향터널
복숭아
가련한 그것
월광욕
꽃 지는 날
굴뚝
모퉁이
서울로 가는 뱀
중요한 곳
대접
앵두의 혀
시골 중국집
연꽃 방죽
쑥부쟁이 하숙집
돌아누운 저수지
제3부
어느 빈집
황사
간절함에 대하여
주저앉은 집
돌의 울음
풀물
푸른 신발
기차는 잡아당긴다
개구리 울음소리
새와 나무
조팝꽃
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강
그물
겨울 아침
외딴집
제4부
옆모습
혈서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
장끼 우는 봄
햇볕의 눈
모기장 동물원
붉은 달
주름
바람의 두께
물기 없는 입
드디어 미쳤다
왜가리와 꼬막이 운다
해설 ㅣ 권혁웅
시인의 말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안도현 · Poem
130p

낭만적 정서를 뛰어난 현실감으로 포착해온 안도현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이 출간됐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이후 3년만이다. 시인은 세밀한 관찰과 아름다운 서정을 바탕으로 '관계'에 대한 깊이있는 탐색을 보여준다. 인간 사이의 여러 관계 중 '사랑'에 대한 탐색이 두드러진다. 시인이 바라보는 사랑은 "외롭다든지 사랑한다든지 입밖에 꺼내지 않고' 타인에게 '귀를 맡겨두는 것"이며, "오도카니 무릎을 모으고 앉아/여치의 젖은 무릎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 사랑은 "빗소리만큼" 작게 들리는 것에 귀를 기울여 "사랑하기 때문에 끝내/차지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랑이다. 시인은 이처럼 간신히 들리는 어떤 소리에 집중한다. 이런 집중은 가족의 서정으로 나아가 아버지의 침묵으로 이어진다. 시인은 "이번 시집은 어떤 간절함의 심장에 슬쩍 가닿기를 속으로 바라며 쓴 것"들이라고 말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는" 일에 노력을 쏟았다고 고백한다. 권혁웅 시인은 안도현의 시에서 삶과 사랑이 같은 자리에 있음을 말하고, 황동규 시인은 "안도현은 불화 속에서도 화해의 틈새를 찾아낸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