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클로저 데이〉는 SF가 아니다 🛸

21 days ago

〈미지와의 조우〉, 〈이티〉, 〈에이 아이〉 등의 작품들로 SF 장르의 판도를 바꿔놓은 거장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돌아왔습니다. 6월 10일 개봉한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는 그가 오랫동안 준비한 프로젝트이자 35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어느덧 80대를 바라보고 있는 감독이 걸어온 길, 그리고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에 대해 스포일러 없이 알려드립니다 👽

 

© 유니버설 픽처스



이야기의 출발점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오랫동안 자신의 영화 경력을 두 갈래로 나누어 생각해 왔다고 합니다. 하나는 〈죠스〉, 〈이티〉, 〈레이더스〉와 같은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를 만든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뮌헨〉과 같이 어둡고 진지한 소재에 몰두하는 모습이죠. 감독은 〈디스클로저 데이〉가 자신의 두 가지 스타일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으로, 〈미지와의 조우〉, 〈이티〉와 함께 3부작을 완성하는 영화라고 밝혔습니다.

 

© Universal Pictures

 

1977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미지와의 조우〉를 만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외계인이나 UFO는 상상의 영역에 머물러있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 미군이 촬영한 UAP(미확인 이상 현상) 영상이 대중들에게까지 공개되면서 이런 이야기들이 현실로 다가왔는데요. 2004년 촬영된 해당 영상에서 목격된 흰색 비행 물체는 ‘틱택 UFO’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졌고, 이후 비슷한 사례들이 여러 차례 다른 지역에서도 목격되며 UFO의 실제 존재 여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2023년에는 미 의회에서 UAP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으며 군인·정보기관 관계자들의 증언이 이어졌죠. 



© US Department of Defense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틱택 UFO 영상이 공개된 사건을 포함해 최근 미국에서 있었던 UAP 관련 논의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고, 이러한 실제 상황들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영화를 구상했다고 밝혔어요. 〈디스클로저 데이〉라는 제목이 확정되기 전, 영화가 한동안 ‘스티븐 스필버그의 제목 미정 UFO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불렸던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제작 과정과 디테일 👽

〈디스클로저 데이〉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음악 감독 존 윌리엄스와 작업한 30번째 영화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50년에 걸쳐 함께한 존 윌리엄스는 〈디스클로저 데이〉와 함께 3부작으로 묶이는 〈미지와의 조우〉, 〈이티〉의 음악도 작업했어요. 스티븐 스필버그는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없었다면 자전거가 하늘을 날지 못했을 것이고, 공룡이 사납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글이 사람들의 눈에 눈물방울을 맺히게 할 수는 있지만, 그걸 떨어지게 만드는 건 존의 음악이라고요. 

 

1998년,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 Wendy Maeda

 

이번 영화에서는 존 윌리엄스 외에도 스필버그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반가운 이름을 또 찾을 수 있었는데요. 〈쥬라기 공원〉, 〈우주 전쟁〉 등의 작업을 함께한 각본가 데이비드 코엡이 〈디스클로저 데이〉의 시나리오를 집필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가장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를 약 50페이지 분량의 노트로 직접 아이패드에 작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비드 코엡과 함께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다고 해요. 두 사람은 최적의 각본을 완성하기 위해 42가지의 초안을 뽑아냈다고 합니다.

 

© Niko Tavernise / Universal Pictures

© NBC

 

제작 과정 중의 에피소드 역시 흥미로운데요. 주인공 ‘마가렛’ 역을 맡은 에밀리 블런트는 영화에 사용된 외계인 소리를 직접 녹음했어요.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하는 작업의 첫날 해당 녹음을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스필버그 감독은 에밀리 블런트에게 직접 녹음하거나 AI를 사용해 사운드를 만드는 방법 두 가지를 제시했고, 에밀리 블런트는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해 직접 소리를 내는 쪽을 선택했다고 해요. 에밀리 블런트는 4분 넘는 분량의 외계인 효과음을 직접 녹음했고, 영화에는 AI 후보정 없이 녹음된 사운드가 그대로 사용됐습니다. 

 

© Universal Pictures

 

스필버그와의 작업이 처음이었던 에밀리 블런트는 그의 촬영 현장이 배우의 입장에선 ‘천국과도 같았다’고 말했어요. 스티븐 스필버그는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열어주는 감독입니다. 그는 촬영의 초반에 자신이 ‘연출해야 하는 단계’가 어느 정도 있기는 하지만, 후반으로 가면 배우들이 구축하는 캐릭터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연결성이 있다고 말했어요. 그런 지점은 연출이나 각본을 통해서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말이죠. 



SF가 아닌, 인류에 관한 이야기

© Universal Pictures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디스클로저 데이〉를 두고 SF(Science Fiction)가 아니라고 계속해서 이야기합니다. 픽션보다는 예측(speculation)에 가깝다고 말하고 있어요. 영화의 제목인 ‘폭로의 날’은 실제로 우리에게 곧 벌어질 사건일지도 모릅니다. 스필버그는 관객들이 때때로 영화 속에서 현실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발견하기도 하며, 최근에는 더더욱 진실과 허구를 구분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는데요. 〈디스클로저 데이〉는 그 속에서 진실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 Universal Pictures

 

영화의 제작 의도는 ‘만약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면?’이라는 질문이 인류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내는지 보는 것이었습니다. 외계인의 존재 여부가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 국방부가 틱택 UFO 영상을 10여 년 동안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 것과 같이 ‘정보의 불평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거죠. 실제 ‘폭로의 날’이 도래하고 우리가 이와 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저마다의 사상과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인류는 각자 다르게 반응할 것입니다. 의견을 좁힐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 분열이 발생할 수도 있고,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사이에 어떤 계기를 통해 처음으로 다리가 놓이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미지와의 조우〉(1977)  © SONY

 

스필버그가 〈디스클로저 데이〉를 통해 인류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영화를 대하는 그의 태도와도 닮아있습니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그는 ‘극장에 가는 경험’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답했는데요.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보면 낯선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이게 되고, 당신은 주변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졌고, 같은 것을 믿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크린을 함께 바라보며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그 순간만큼은 하나로 묶여 교감하고, 함께 공감하는 공동체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되죠. 



스필버그가 영화에 외계 존재를 불러와야 했던 이유도 이와 같은데요. 서로 합의에 이를 수 없고 분열하는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이러한 ‘연결’과 ‘공감’이며, 무엇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미지의 존재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과 같이, 사람들은 여전히 어두운 공간에서 낯선 이들과 모여 이야기꾼들이 만든 영화를 함께 경험하고 싶어 합니다. 




지금, 아래 관련 콘텐츠를 통해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와 관련된 인물과 콘텐츠들을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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