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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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주의 소설의 시작 연작소설 『절반의 실패』 복간 이 글은 무수히 많은 여성의 도움으로 쓰였다. 소설가라는 이름만으로 참혹한 현실에 틈입하도록 허락해준 여러 계층의 여성에게 감사드린다. _초판 머리말 중에서 197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확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경자 작가의 문제작 『절반의 실패』가 걷는사람에서 복간된다. 이 소설집은 1988년 처음 출간되어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반향을 일으켰고, “다양한 측면에서 여성문제에 접근해 들어가서 그 실상을 생생히 폭로”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소설집은 출간 다음 해 KBS 2TV 수목 미니시리즈로 제작되었다. “사회적으로 불합리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여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8화로 계획됐던 드라마를 4화 연장하여 성공적으로 끝을 맺었다. 방영 중에는 “극단적이며 지나치다”는 이유로 ‘방송위원회심의소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는 해프닝도 있었다. 『절반의 실패』에 수록된 열두 편의 단편은 ‘고부간의 갈등’ ‘독박 가사와 육아’ ‘가정 폭력’ ‘남편의 외도’ ‘혼인빙자간음’ ‘성 착취’ ‘여성의 성적 소외’ ‘빈민 여성의 문제’ 등 여성문제의 상당수를 다룬다. 추천사를 쓴 이주란 소설가는 “이 책의 나오는 이야기들을 ‘오래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는가?” 물으며 “애쓰지 않고도 『절반의 실패』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제1세대 여성주의 소설가로 수십 년 동안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이경자 작가의 오래된 목소리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30여 년 전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사회적 장벽이 오늘날 얼마나 나아졌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절반의 실패』 이후 32년… ‘여성의 이야기’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독박 가사와 독박 육아에 시달리는 워킹맘… 여전히 존재하는 직장 내 유리천장… 가정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내…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갈등… 성 착취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의 고백… 『절반의 실패』는 여성 억압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다양한 여성의 삶에 틈입하여 그 이야기를 생생히 풀어내고 있다. 열두 편의 이야기는 여전히 바뀌지 않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춘다. ‘시집살이’로 고통받으며 남편에게 소외당하고 급기야 얻어맞기까지 하는 ‘명희’는 “여자들은 왜 죄받을 게 그렇게도 많아요?” 하며 울분을 토한다. 결혼 전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한 명희지만, 결혼 후 “비굴하고” “자신 없이 살아야 하는” 자신의 삶이 “지옥”처럼 느껴진다(「두 여자」). 직장 생활을 하는 ‘인호’도 다르지 않다. 직장에서는 불안정한 입지 때문에, 가정에서는 독박 가사와 독박 육아로 삶은 점점 피폐해진다. 아이를 재우고 집에서 회사 일을 하던 인호는 “나는 뭐지? 나는 뭐야?” 하며 패배감에 빠진다(「안팎 곱사등이」). 아내를 “길들이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 ‘우환’은 오랫동안 끊이지 않는 가정 폭력의 가해자를 대표하는 남성상이다. 여성을 ‘소유물’로 간주할 때 폭력은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보여준다(「맷집과 허깨비」).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분노를 터트렸지만 도리어 손찌검을 당하는 ‘정옥’은 비참한 현실에 절망하고(「피의 환상」), 대학 교수인 남편의 거듭되는 외도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는 ‘정순’은 “내 인생을 살리라……” 다짐한다(「절반의 실패」). 농촌에서 살다가 가족과 함께 서울 변두리로 밀려 온 어린 여성이 얼마나 쉽게 성 착취 현장에 노출되는지 보여주는 작품(「미역과 하나님」)에서 ‘나’는 “제발 10분만 나를 나 자신으로 있게 해달라.” 하고 울부짖는다. 이것이 그저 소설 속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 모든 불평등을 겪어야 하는 열두 편의 이야기는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겹쳐져 읽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여자 사람’이 된 소설가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내가 당시 결혼한 여자가 아니었다면, 맏며느리가 아니었다면, 아들을 절실히 바라는 집에서 딸을 낳은 만혼의 며느리가 아니었다면, 소설가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_이경자, 「재래시장에서 얻은 희망이라는 숙제」 중에서 이경자 작가는 『절반의 실패』에 대해 “나에게 복잡한 영광과 오해를 안겨준 소설”이라고 말했다. 이 소설집이 처음 출간된 1980년대에는 여성문제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드물었고, 그러한 주제를 하나의 작품집으로 엮는 경우도 흔치 않았다. 작가는 『절반의 실패』 집필 이전에 아내로서, 맏며느리로서 결혼이란 제도에서의 다양한 차별을 경험했다. 우리 사회의 결혼 제도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던 그는 “늘 삶이 불안하고 불길하고 초조”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후 “여성 개개인의 다양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저 ‘주눅 들림’과 억압의 기미는 무엇인지 알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불행한 삶을 산 어머니” “어제도 남편으로부터 모욕적인 대접을 받은 아랫집 여성” “출가외인의 잔인함이 미풍양속으로 미화되어 서러웠을 딸들”…, 그 숙제를 푸는 것을 여성 소설가로서의 사명으로 받아들였고, 많은 여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 그리하여 『절반의 실패』라는 한 권의 소설집이 탄생했다. 1980년대 내내 아니, 1948년 딸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내 삶은 ‘절반의 실패’를 향해 운명처럼 달리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고 또 쓰러지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절반의 실패’는 소설가 이경자,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_개정판 머리말 『절반의 실패』 속 여성들은 빛나지도, 희망에 차 있지도 않다. 오히려 절망의 수렁에 빠져 있거나 억압된 현실에 고통스러워한다. 이경자 작가는 미화도, 과장도 없이 한 여성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소외된 여성의 이름을 호명하는 과정 끝에 여성들은 자기 존재에 대해 묻고 문제를 인식하며 분노할 힘을 되찾는다. 그리고 그동안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 앞에서 침묵을 멈추고 입을 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