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연

アタラント号
平均 3.8
어떤 기억을 돌이키면 형언하기 어려운, 그러나 그 기억 고유의 것임은 분명히 알 수 있는 어떤 향취가 코끝을 살랑 간질일 때가 있다. . 장 비고의 유일한 장편이자 유작, 그리고 내가 언제고 주저 없이 내 삶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으로 꼽을 영화 <라탈랑트>를 오랜만에 다시 상영한다는 글귀를 보았다. 어떤 기억들이 머리에 피었고, 그에 맞추어 어떤 향취들이 코끝에 앉았다. . 한창 영화 보기에 열을 올렸던 대학 초년생 시절, 나는 어떤 영화든 보았다 하면 내가 그 영화를 왜 좋아하였는지 혹은 왜 싫어하였는지, 그 호오의 연유를 집요하게 파고들기를 즐겼다. 바로 그때, 난생 처음으로 그 연유를 내가 영영 모를 수도 있겠다는, 아니 영영 몰라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를 만났던 기억, 그 날의 향취. 영화 동아리에서 마치 누군가에게 줄 편지 첫 문장에 그 아이의 이름을 쓸 때마냥 달뜬 맘으로, 내가 간사를 맡은 감상회의 선정 영화 칸에 그 영화의 이름을 적어냈던 기억, 그 날의 향취. 사실은 영화 보다 졸았다며, '그런데 이 영화가 왜 좋으세요?'라는 질문을 연거푸 맞닥뜨렸던, 그런데 내가 이 영화를 왜 좋아하는지 그 연유를 도통 스스로도 변호하기 어려웠던 기억, 그 날의 향취. 이 영화가 극장에서 재상영된다고 할 때마다 극장을 찾아 그 연유를 찾아보려 했으나, 어느 순간 그 목적을 상실한 채 헤벌쭉 스크린만 보다 나왔던 날들의 기억, 그 날들의 향취. 언젠가 바보 같은 연애를 할 때면 '그런데 걔가 왜 좋냐?'라는 질문 앞에 뜬금없게도 그 영화가, 그 영화에 대한 비슷한 질문이 떠올라 혼자 속으로 웃었던 기억, 그 날의 향취. . 코끝에 앉았던 향취가 날아갈 즈음, 그 향취가 그리워 날아간 그 뒤꽁무니로 손을 내뻗듯 어플을 켜고 영화를 예매했다. 영화는 무취의 예술일진대 어찌된 연유로 이 영화는 향취를 빌어 날 다시 한 번 극장으로 이끄는가. 그 연유를 찾으러 다시 그 영화를 보아야 하겠다. 이번에도 결국엔 그 연유 따위 아무래도 좋단 맘으로 나오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