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서로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오히려 이렇게 말을 내뱉을 수 있던거야.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입모양을 통해 소통을 했던 그 시절처럼, 내 입을 너의 눈앞에 가져다 후회 없는 사랑을 속삭일게. 어느덧 소년에서 벗어나 습관을 고치기 힘든 나이가 될 때면,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사랑을 할게.” 나는 평소에 밖을 나가지 않는 사람인데, 요즘 따라 자꾸 걷게 되네. 마침내 세상이 무서워지지 않아서가 아니야. 이젠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이 내 방에 머물러 있지 않아서일 거야. 결국 그녀는 나를 떠났고, 나는 그제서야 밖을 바라봐. 너 역시 나처럼 더 이상 사랑하는 누군가를 집 밖으로 떠나보내고 말았는데, 너만 여전히 집에만 머물러 있네. 아직까지 곳곳에 남아있는 향수를 잊고 싶지 않은 거겠지.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는 거야. 귀가 안 들리시는 할아버지께서는 요즘 젊은이들을 보고선 말하는 법을 까먹었다고 생각하시나 봐. 사실은 저 젊은이들은 말하는 법을 잊은 게 아니라 애초에 듣지를 않는 건데. 모두들 자기 할 말들만 해. 한쪽만 소리 지르고, 한쪽은 듣지도 않고. 오죽하면 무성 영화 시절이 더 좋았다고 하시잖아. 어차피 듣지도 않는 세상인데, 대화가 오가지를 않는데, 나만 말이 많으면 어떡해. 애초에 대화라는 게 하나의 공감이잖아. 대화가 안되는 이 세상에 공감이라는 게 안될 텐데, 사랑이 어떻게 이루어지겠어. 싫으면 싫다고 말하지. 말을 먼저 꺼내기라도 하지 그랬어. 사랑은 오래된 언덕과 같아서 닳기 마련이야. 공감 없이 소비되는 사랑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해. 사랑에 이기고 지는 게임이 어딨겠어. 아니 사실, 사랑은 지는 게임이야. 사랑에 더하기만 있다면, 사랑을 나눈다는 표현을 왜 쓰겠어. 사랑은 나 혼자만 하는게 아니잖아. 내 얘기만이 다 죽어가는 사랑을 살리는 것이 아니니까, 너의 얘기도 필요해. 사실 대화는 핑계일 뿐인거고 다떠나서 나는 공감을 원해.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지닌 아픔과 슬픔에 서로가 공감해야 한다는 거야. 일시적인 사랑은 잠시 꾸는 꿈일 뿐이야. 우리에게 깊숙이 뿌리내린 근본적인 아픔부터 진단해야 해. 이 시대가 지닌 병은 결여된 공감이고, 우리 개인이 지닌 병은 미성숙함이야. 세상은 다시 돌아오지도 않는 독백들로 비어있는 것처럼, 홀로 남겨진 우리의 방도 공허로 가득해. 하얀 벽지에 내 생의 날들로 채워 놓거나 유리로 둘러싸여 공허를 위한 공간을 남겨둔 그 방을 소리로 채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의 미성숙함은 우리가 나이가 들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나는 정처 없이 떠돌다가 우연히 당신을 알게 되었어. 그동안 너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귀머거리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나는 너를 향한 외설들과 애증이 담긴 말들 그리고 당신을 위한 연주곡까지 듣고야 말았잖아. 나는 그런 확신이 들어. 내가 너의 단점들과 공허함까지 모두 들어줄 수 있다고. 누구도 서로를 듣지 않는 이 세상에서 나만은 너의 마음을 들어줄래. 귀머거리들은 입의 모양을 보고 알아듣는 다잖아.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입모양을 보고 소통을 했던 시절처럼, 내 입을 너의 눈앞에 가져다 후회 없는 사랑을 맹세할게. 우리 모두 고독과 고요 속에서 살지만, 실은 그건 우리가 원해서가 아니라 아직 어려서일 거야. 지금은 대화를 절실히 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나이가 들면 습관으로 바뀌겠지. 어쩌면,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물증을 오직 대화로만 판단하려는 사랑을 바라보는 미성숙한 시선인 걸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면 그때에는 어떠한 말없이도,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 오지는 않을까. 한 사람과 오래 사랑하다 보면, 공감의 언어를 꼭 대화만이 아닌 다른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텔레파시처럼. 습관을 고치기 힘든 나이가 될 때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사랑을 할게. 그곳이 어디든 나와 함께 같이 가자. 서로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어쩌면 서로의 말을 듣지 않는 걸 알기에 오히려 이렇게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 둘 다 혼자 걷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러니 나와 함께 가도 돼.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대신에 꿈만 꾸는 나지만, 이마저 습관이 드는 날에는 어느새 꿈을 꾸는 것 자체가 꿈이 되어버리겠지. 조금은 천천히 다가가도 될까, 너무 느린 건 아닐까. 아직 우리는 소년이고 소녀이니까. 조금은 서툴러도 괜찮을 거야. 다만, 소년이 소녀를 만나기 전까지, 조금만 더 버텨줬으면 해. 기다려줬으면 해. 떠나간 사랑을 잊어줬으면 해. 그저 머물러 있던 그곳에서 내가 너를 벗어나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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