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 와이드 셧”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6번째 작품이자 유작이다. 큐브릭 감독이 타계하기 전 최종 컷이 완성되었는가에 대한 논란과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싼 음모론 그리고 당시 실제 부부였던 탐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부부로 출연하는 등 영화 외적으로도 독특한 성격을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아르투어 슈니츨러 작가의 대표작 “꿈의 노벨레”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아이즈 와이드 셧”은 마치 데이빗 린치 감독의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큐브릭 감독의 작품 가운데 상당히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다. 영화의 주인공 빌 할포드는 아름다운 아내 앨리스와 딸과 함께 뉴욕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의사다. 빌은 앨리스와의 대화를 통해 그동안 순결하다고 여긴 아내의 성적 충동을 발견하며 큰 충격을 받는다. 이상적인 결혼 생활과 성적 본능에 대한 가치관이 무너지기 시작한 그는 자신만의 성적 욕망을 쫓아 무지개 끝을 확인하기 위한 환상적이면서 끔찍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늦은 밤에 시작된 꿈 같은 모험은 점차적으로 그의 성적 본능을 자극하는 루트로 진행되다 결국 비밀리의 가면 무도회로 그를 끌어 들인다. 부와 권력의 회원들로 구성된 이 컬트 단체는 가면을 쓴 채 고용된 매춘부들과 괴기스러운 의식을 치루고 난교 파티를 즐기는 엘리트 집단이다. 중요한 소품이자 하나의 캐릭터이기도 한 가면은 인간의 충동적인 성적 본능과 추악한 내면을 이성과 사회로부터 감춰주는 역할을 한다. 제목 “아이즈 와이드 셧”은 진실에 눈을 떴다는 의미의 “아이즈 와이드 오픈”과 꿈 혹은 인간의 내면을 뜻하는 “아이즈 셧”이 혼합된 표현이다. 이처럼 큐브릭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인간의 무의식 속에 감춰진 욕망의 진실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다. 동시에 노골적으로 본능을 노출하는 이들에게 윤리적 잣대를 강요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가면 뒤에 숨은 채 윤락 행위를 즐기는 엘리트 집단을 풍자하기도 한다. 큐브릭 감독이 “아이즈 와이드 셧”을 연출하기로 결심한 시기는 “2001 오딧세이”를 촬영할 당시라고 알려져 있으며 영화의 실제 제작 기간도 2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인간 내면의 심연을 분석하여 이를 흥미롭고 다층적인 내러티브로 발전시키기 위한 고심의 흔적이 작품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거장 중 한 명인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16 편의 작품들을 통해 시네마 예술을 한층 더 발전시켰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혁신을 보여주는 그의 필모그라피는 진정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