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오세일

오세일

1 year ago

4.5


content

極楽特急

映画 ・ 1932

平均 3.7

에른스트 루비치의 영화를 볼 때면은 항상 각본의 첨예한 구조에 탄복하게 된다. 남편과 사별한 뒤 그의 사업을 물려받았지만 정작 사업은 하나도 할 줄 모르는 그녀, 하지만 사업과는 다르게 본인의 재력과 그에 걸맞은 세련된 외모로 남심을 홀릴 줄 아는 능력 하나는 출중한 콜레. 그러한 콜레의 재력을 탐하여 제 것으로 만들고자 그녀의 저택에 각각 비서와 하녀로 잠입한 가스통과 릴리 부부. 거의 100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에서 불현듯 느껴지는 <기생충>의 정서. 그들 외에도 콜레의 마음을 얻고자 그녀를 두고 경쟁하는 두 남자의 치졸한 혹은 순정의 다툼, 그리고 콜레 회사의 임원 통칭 '아돌프' 등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주/조연 캐릭터들의 매력이 즐겁게 도드라진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매력을 논하기 이전에 그들의 뒤를 받쳐주는 배경(각본)의 무대부터가 일단 줄곧 든든하다. 1시간 23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이 모든 거대한 이야기의 흐름을 완벽하게 끝맺는 각본의 매무새가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인데, 이것은 에른스트 루비치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생략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특히나 콜레의 재산을 훔치기 위한 목적으로 잠입한 가스통이 서서히 그녀의 존재에 매혹되어가는 과정을, 흘러가는 시간을 체감케 하는 시계의 인서트와 화면의 밖에서 들려오는 둘의 대화소리만으로 표현해버리는 숏의 경제성이 유독 놀라웠다. 또한 정체가 들통날 뻔한 여러 위기 상황을 말발 하나로 모면하는 가스통의 대처 능력도 위트 있는 루비치식 압축 방식이다. 결국 이 비윤리적인 사랑 이야기를 모든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게 하는 힘은, 순간의 파급력을 지닌 씬들의 복무에 있다고 생각한다. 신분의 위협을 받고 급하게 스페인행 기차표를 끊는 가스통 릴리 부부의 행동에서 느껴지는 스크루볼적인 정서, 가스통의 외도를 애써 부정하기 위해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릴리, 그리고 말해봤자 입만 아픈 결말까지. 재치, 재미, 유머, 감동이 한데 모인, 함축된 의미로 다시 말하자면 '파토스'적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압도되는 무드의 연속. 결국 돌고 돌아 가스통과 릴리는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천생연분의 사이라는 것을 가늠케 하는 결말의 수미상관은, 그야말로 한 영화가 해낼 수 있는 (거의) 최고의 마무리가 아닐까 싶다. '루비치 터치'가 21세기에서도 여전히 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실히 증명해 내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