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준
5 years ago

아름다운 어둠
平均 4.1
21.4.14 잔혹함을 모르는 것의 잔혹함. - <냠냠yummy>을 본지 30분 후에 이 책을 봤다. 피가 낭자하는 좀비물보다 5배는 더 잔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류의 우화는 몇번 접해본 기억이 있지만, 수채화풍 그림체와의 매치가 잔혹하게 느껴지는 효과를 배로 증폭하는 것 같다. <곡성>에서 가장 큰 공포를 느꼈던 부분은 귀신들린 아이가 아버지에게 소리를 지를 때였다. 아이답지 않게 성인의 욕설을 뱉는 그 무시무시함. 포인트를 짚자면 '그렇지 않은 것이 그렇게 행동할 때'라고나 할까. 가장 큰 임팩트는 역설에서 나온다. <베르세르크>에서도 이와 유사한 장면이 나온다. 요정의 마을에 간 여자아이가 벌의 모습을 한 유충 요정들이 공놀이 하는 물체가 아이의 머리라는 것을 알 때의 충격. 천진하게 거미다리를 떼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사실 인간은 '무지함'을 품은 채 태어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그 사실을 새삼 발견할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배워온 것들을, 체화된 어떤 사회화를 송두리째 깨부수는 기분이라서. Kill the Sacred cow란 이런 것을 뜻하는 게 아닐까? 파괴로 창조를 달성하는 이런 작품을 또 다시 찾고, 보고, 경험하고 싶다. 불쾌한 깨달음을 안겨주는 이런류의 고통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잦은 빈도로 환영하진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