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구준홍

구준홍

7 years ago

4.0


content

소유냐 존재냐

本 ・ 2020

平均 4.0

소유냐 존재냐(에리히 프롬, 1976). @190602 독서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이다. 사실 이번엔 내가 추천한게 선택된건데, 훈련소에서 같은 저자의 사랑의 기술이란 책을 감명깊게 읽고나서 찾아보니 이 저자의 대표작으로 이 책도 소개돼있길래 한번 읽어봤다. 근데 사랑의 기술은 주제가 주제라 그런지 분량도 상대적으로 좀 짧고 읽히기도 말랑말랑하게 읽혔던 것 같은데, 이 책은 좀 더 하드한 철학서적 느낌이라 읽으면서 난이도를 느꼈다. 나야 내가 한번쯤 읽어보려 했던거니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준게 뭔가 민망해졌다. 사실 제목만 보면 대충 어떤 내용인지 감은 오는 책인데, 소유하는 삶을 살지 말고 존재하는 삶을 살자는 이야기를 한다. 책 전체에서 이 이야기를 하는데, 이를 위해 '소유'와 '존재'가 뭔지 각종 논증과 예시를 들어 엄밀하게 따지고 또 왜 '소유'하면 안되며 '존재'해야하는지 열심히 파고든다. 그리고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한 제도적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책이다. '소유'가 뭔지는 대충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에 비추어 생각해보기 쉬운데, '존재'라는게 뭔지 사실 단어만 들어서는 딱 와닿지 않았다. 원제는 to have or to be라서 영어로도 'have'가 뭔지는 직관적인데 'be'가 뭔지 애매하다. 이 애매한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엄청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복잡하지만 대충 정리하자면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진정한 본질, 정체성 등에 대한 추구, 어떤 사고나 행동을 할 때 단순히 기계적, 수동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고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 탐욕이나 갈망을 억제하고 남들에게 베풀고 남들과 공유하는 것 등을 말한다. 소유라는 개념 역시 단순히 물건을 가지는 것을 떠나 이 '존재'라는 개념의 반대개념으로 확장된다. 존재와 소유를 대비하기 위해 저자가 여러 예시를 드는데, 예컨대 독서를 소유양식에 따라 읽으면 단순히 줄거리를 따라가거나 어떤 지식을 외우는데 그치지만 존재양식에 따라서 읽으면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본다. 신념의 경우 소유양식에 따른 신념은 우상숭배, 교조적 믿음 등이 되지만 존재양식에 따른 신념은 내 삶에 대한 지향성, 내적 태도 등이 된다고 한다. 사랑의 경우 소유양식에 따른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구속, 의존, 경제적 이득의 공동소유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존재양식에 따른 사랑은 서로 생명을 주고받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과정이라고 한다(존재양식의 정의 중 하나가 ~하는 '과정' 자체를 보는 것이다). 저자는 현대사회에서는 소유양식에 따른 삶이 너무 당연해졌지만 이게 역사적으로는 그렇게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면서, 산업사회 이전의 정신문화적 전통이나 전통 종교들의 교리 등을 분석한다. 아무래도 서양 철학서니만큼 (불교 얘기도 조금 끼어있지만) 유대교 및 크리스트교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성서의 기본 사상이 이러한 존재양식에 따른 삶임을 여러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교회가 발전해오면서 이런 성서의 핵심사상이 알려지기보다는 소유양식에 기반한 고대 그리스, 게르만족의 이교도적 사상이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지배하게 되었다며 사람들이 겉으로는 기독교인이라도 내면적으로는 이교도인이라는 식의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여기에 사랑의 기술에도 나왔듯이 저자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도 많은데, '산업종교' 라는 말을 쓰면서 자본주의적, 시장적 사고방식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인간을 교환가치로서만 여기게 하고, 곧 인간을 소유양식의 삶에 묶이도록 만든다고 한다. 저자는 한 술 더 떠 (현실의) 공산주의도 비판하면서 마르크스의 원래 사상은 이런 자본주의의 소유양식적 병폐를 비판하고 존재양식에 따른 삶을 추구하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현실세계에 구현되면서 공산주의도 마찬가지로 소유양식에 기반한 체제가 되었다는 비판을 한다. 그래도 저자는 이런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는 않았는데, 인간의 본성에는 소유양식과 존재양식이 모두 존재하며 어느 쪽을 길러주는지는 사회구조의 몫이라며 사회구조를 전면적으로 존재양식에 기반하여 뜯어고치자고 한다. 사실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워보이는 주장들이 많은데, 비교적 현실에서 부분적으로 구현되는 지점도 있는 것 같고 영 아닌 것 같은 주장도 있다. 저자가 예시로 든 8가지 제언은 1. 산업적 광고, 선전에서 세뇌적 방법 금지->광고규제는 어느정도 되고있다 2. 빈부격차 줄이기->지난한 문제지만 모든 정부에서 하려고는 한다 3. 기본소득제->지금 시점에서 읽기 제일 흥미로운 부분이었는데, 근래들어 이런 얘기가 조금씩 나오고있다 4. 여성의 가부장제로부터의 해방->이 얘기도 오늘날에는 보편적인 얘기가 되었다 5. 최고문화회의를 설립하여 정부,정치가,국민에게 지식 조언을 해줄것 ->뭔가 이건 불가능하진 않을텐데 실효성이 의심된다 6. 효과적인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급하는 체제->언론기능에 대한 비판 및 개혁에 대한 얘기. 문제의식은 다들 있으나 쉽진 않다. 7. 과학연구와 이 연구의 산업,방위적 응용과의 분리->과학이 인간에게 해로운 방향으로 응용되는 것을 금지. 윤리위원회 같은 느낌이다. 8. 핵무기 폐기->모두가 알고있지만 가장 어려운 것. 저자도 가장 어렵다고 해놨다. 안그래도 냉전시대에 나온 책이라 그런지 뭔가 현실에 대한 진단이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세계멸망에 대한 공포가 책 전체적으로 좀 깔려있는 느낌이었다. 이다. 저자는 철학자이면서 현실사회의 문제 해결에도 관심이 많았던 편이라 이런 구체적 제언까지도 책에 담고싶어하는 것 같다. 사랑의 기술에서도 나름 '사랑의 실천' 이라는 챕터로 사랑의 구체적 실현방법을 얘기하기도 했다. 어떤 개념을 260페이지 내내 계속 설명해대는 책이라 머리에 집어넣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읽다보면 저자의 뜻이 어렴풋하게는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안그래도 최근에 이런 류의 책을 읽다가 드는 생각인데, 이 '어렴풋한 느낌' 이라는 것이 '깨달음'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 정말 중요한 것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고 이런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에도 이 비슷한 언급이 있는데, '말은 경험을 채운 그릇이며 경험은 그릇에서 넘쳐 나온다. 언어는 경험을 가리키지만 경험은 아니다. 경험한 것을 사상과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그 경험은 없어진다. 그것은 말라죽고 한갓 사상이 되고 만다. 따라서 존재는 언어로는 기술할 수 없으며, 경험을 나누어 가짐으로써만 전달할 수 있다. 소유구조에 있어서는 죽은 언어가 지배한다. 존재구조에 있어서는 살아있는, 표현할 수 는 경험이 지배한다.' 라는 언급이다. 어떤 것을 경험하는 것, 느끼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어렵지만 괜찮은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존재양식에 기반한 새로운 세상의 새로운 인간이 가질 자질을 20여개 꼽아놓은 것이 있는데, 뭔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힌트가 될만한 것 같아서 옮겨놓는다. 1. 완전하게 존재하기 위하여 모든 소유의 형태를 자진하여 포기하려는 의지 2. 안정감, 동일성의 의식, 자신감, 이것들의 기초는 자기의 존재요, 밀접한 관계, 관심, 사랑, 주변 세계와의 연대에 대한 요구이며, 세계를 소유하고 지배하고 나아가서는 자기의 소유물의 노예가 되려는 욕구는 아니다. 3. 자기 이외의 어떠한 인간이나 사물도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다는 사실과 함께 철저한 독립성과 사물에 집착하지 않는 일이 동정과 나누어 갖는 일에 전력하는 가장 완전한 능동성의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용인 4. 자기가 지금 있는 곳에 완전히 존재 5. 저축과 착취하는 데서가 아니라 주고 나누어 갖는 데서 오는 기쁨 6. 생명의 모든 현상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것은 물건과 권력과 모든 죽어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그 성장에 관련된 모든 것이 신성하다는 지식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7. 탐욕, 미움, 환상을 가능한 한 줄이도록 애씀 8. 우상을 숭배하지 않고 환상을 품지 않으며 생활 9. 사랑의 능력을 비판적이고 냉철한 사고능력과 함께 발달시킴 10. 나르시즘(자기도취)을 버리고 인간생존에 내재하는 비극적 한계를 용인 11. 자기와 동포의 완전한 성장을 삶의 지고의 목적으로 삼음 12. 수양과 현실의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앎. 13. 어떠한 성장도 그것이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앎. 14. 상상력을 개발.(견딜수 없는 환경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닌, 견딜 수 없는 환경을 제거하는 수단으로서) 15. 다른 사람을 속이지 않음. 그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속지도 않음. 16. 자기 자신을 알고 있음. 자신이 알고 있는 자기 뿐만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자기까지도. 17. 자신이 모든 생명체와 하나임을 인식함. 18. 방종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가능성으로서의 자유 19. 사악함과 파괴성은 성장에 실패함으로써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임을 앎. 20. 이모든 자질의 완성에 도달한 사람은 단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꼭 목표에 도달하겠다는 야심은 없음. 그 야심도 탐욕과 소유의 형태임을 알고 있기 때문. 21. 어디까지 도달하는 가는 운명에 맡기고 항상 성장하는 삶의 과정에서 행복을 찾아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