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조던 피터슨이 누군지 잘 몰라서 이 사람이 어떤 의견을 펼쳐왔고 어떤 얘기를 말해왔는지에 대한 배경지식 하나 없이 이 책을 읽었습니다. 심지어 사실상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라는 책을 접한 적이 당연히 없는 채로 이 책을 읽어서 처음에는 순서를 잘못 잡았구나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까 심화적인 이야기긴 해도 그 책을 안 읽어도 이 책을 못 읽을 건 아니였습니다. 몇 가지 법칙 류의 제목이 달린 책을 사실 정말 마뜩찮게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질서 너머>라는 제목이 가지는 의미가 도대체 뭘까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선택한 것도 있습니다. 책은 역시나 질서를 깬다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질서를 해체하고 혼돈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자기계발서라 말할 수 있을 책들은 대체적으로 엔트로피를 감소하는 방식으로의 행동과 생각을 일러 준다면 이 책은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해 재밌긴 했습니다. 다만 열 두가지 이야기를 파고 드는 데 있어서, 한 문장을 전달하기 위한 뒷받침의 이야기가 너무 길게 늘어지는 것도 있고 쉽게 읽히지 않는 면도 깊이감이 아니라 말을 빙빙 돌리는 느낌이라 생각을 하면서 넘어가는 게 아니라 그냥 생략을 하면서 넘어가는 지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책을 접할 때는 어떤 얘기를 하는지가 더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얘길 할까를 보는 재미가 훨씬 있는 쪽인데, 조던 피터슨이란 사람은 이렇게 강하고 확고하게 얘길 하는구나 싶은 생각은 깊게 인상에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