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중에 특별히 인상적인 영화가 없었는데 남한산성으로 17년의 가을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후기) 개봉 다음 날 모처럼 사람이 꽉찬 영화관에서 봄. 영화를 보기전에 리뷰들을 몇개 보면서 '지루하다' '김윤석의 말투가 거슬린다' 등의 혹평을 보고 큰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몰라도 G열 9번, 한가운데에서 본 이 영화와 마주하고선 금세 반해버렸다. 김훈의 원작도 워낙 좋아했던지라 원작을 흉보이지 않은 감독의 섬세하고 배려심 넘치는 연출이 고마웠고, 배우들의 흠잡을 데 없는 열연들이 돋보였다. 지루하기는 커녕, 말간 풍경과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말과 표정에 생각을 정리할 틈이 없었다. 생각이 장면장면 사이에 가득차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씬의 배치와 대사, 그리고 계속해서 나열하는 대비와 시사하는 바가 너무나도 만족스럽게 스며들었다. 끊임없이 대비되는 씬들이 계속해서 안정감을 줬고 첫 장면부터 마지막 날쇠의 장면까지 하나의 유기적인 스토리가 강물처럼 흘러갔다. 대사 하나에도 감정을 넣었고, 배경 하나에도 소품하나에도 정성을 다했다. 주조연부터 단역까지 버리거나 지나칠 것이 거의 없다. 뱃사공과 그 손녀, 칠복이까지 담백한 영화의 중심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이를 알아본 관객이 많을수록 감독과 배우들 그리고 겨울을 이겨낸 스텝들이 뿌듯해 할 것이다. 하나하나 머릿속에 넣으려고 했는데 너무 많아서 넘쳐흐르는게 어쩌면 '과유불급'일지도. 넘칠지언정 절대로 지루하거나 밋밋한 영화는 아니다. - 개인적으로는 수어사 이시백과 이판 최명길이 가장 인상적이다. 박희순이라는 배우를 꽤 좋아하는데, 스크린에서 자신과 맞는 역할을 보여준 적이 많이 없어서 이번 중조연의 '이시백'역이 꽤 특별할 것 같다. 특히 부하 이두갑(진선규)과 눈빛을 마주칠 때는 정말 강렬했다. 최명길(이병헌)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한국배우로는 전무후무한 커리어를 이어가던 대배우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며 무너지나 싶었는데, '내부자들'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이병헌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게 축복일 정도의 엄청난 배우로 나날이 성장한다. 사극을 보면서, 특히 이런 전쟁영화를 보면서 우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극중 최명길이 마음을 담은 대사를 전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게 그렇게 슬픈가?'라는 생각도 드는데 확실히 감정선에 닿기는 했다. 영화를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진 적이 별로 없었던 나도 확실히 느끼는 게 있었다. 이게 배우 이병헌의 힘인가 싶다. 5년전 추석, 영화 '광해'에서 강홍립에게 중립외교를 명했던 이병헌은 올해 추석에 다시 목숨을 걸고 국운을 바로세우고자한다. - 박해일, 고수 뿐만 아니라 허성태, 송영창, 김법래까지 하나도 빠질 것 없는 라인업을 구축했는데 영화를 보다보면 그 배우가 그 인물 자체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심지어는 다른 작품들을 통해 이미지가 확실한 조우진 마저도, 노비 부모를 둔 정명수 그 자체로 느껴질 정도. 게다가 찢어진 눈이 매력적인 김법래는 진짜 그 시대의 '칸'인 것만 같은 연기력과 발성을 뽐낸다. 어디서 저런 캐스팅을 해냈는지 캐스팅 담당자에게 상을 줘야 한다. 내게는 아직도 '터널'의 살인마로 익숙한 허성태는 '기골이 장대한' 그 용골대의 모습 그대로다. 배우들이 하나된 진정한 하모니란 이런 영화다. - 글과 길, 말과 삶, 조선의 두 충신 김상헌과 최명길이 대립각을 세웠던 모든 장면 모든 것이 현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현재는 제대로 된 충신이 없을 뿐. 분명 제작과 개봉시기를 미리 점지할 수 없었음에도 묘하게 오늘날의 국제정세와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 껴서 전술핵 재배치와 사드, 미세먼지, 한한령에 고통받는 현실과 이 문제를 마주한 기득권들. 김류(송영창) 같은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권력 가까이에서 잘먹고 잘산다. 이두갑 같이 자기일에 충실한 중간관리들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 역시 400년 후의 지금도 똑같다. 광해군의 현명했던 중립외교를 부수고 반정을 꽤한 인조의 정권처럼 현명한 길을 포기하는 지금의 대한민국 역시 문제가 넘친다. 조선은 사라졌어도 '헬조선'은 여전하다. 정권교체라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지만 진영논리에서 빠져나온 적폐는 여전히 적폐고, 바뀌어야 할 것들은 아직 첩첩산중이다. 이런 반성적 깨달음이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고 '역사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라는말이 쓰이는 이유다. 역사는 언제까지나 최명길 같은 사람을 기다릴 것이고 그런 사람을 사랑할 것이다. - '헬조선'이라는 오명의 뿌리이자 성리학 '선비'들의 나라 조선은 생각보다 꽤 합리적이고 '완성'된 나라였다. 국가의 최고결정권자에게 각각의 다른 입장을 가진 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왕권' 아래의 왕조차도 결단을 내릴 때에는 신하의 의견을 물었고 신하들의 반발을 우려했다. 애초에 정도전이 만든 조선은 모든 기관과 인물들이 제 역할을 다할 때 국가 자체로 완성된 '작품'이었기에. 정도전이 플라톤의 국가론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론 속의 조선은 '철인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이상국가였다. 한마디로 조선의 건국과 법치제도의 정립은 엄청나게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모델을 기반으로 구조되었다는 것. 그 '조선'이 바닥을 보였던 병자호란, 조선의 역사가 끝나는 한일합병을 제외한다면 가장 굴욕적인 사건을 감독은 담담하게 담아낸다. - 왜란은 세가지 이유로 극복할 수 있었다. 외부적 작용인 명의 원군, 내부적 작용인 의병, 그리고 당연히 기능했어야 할 이순신 같은 명장. 하지만 호란은 아무것도 기능할 수 없었다. 청의 침략에 명은 이미 무너져갔고 의병이 깃대를 올리기엔 너무나도 속수무책으로 한양까지 길을 터버렸다. 게다가 왜란을 겪은 민중들이 과연 이씨 조선을 진심으로 섬겼을까. 의주로 도망가던 선조를 기억할 것이니. 게다가 이순신 같은 역할을 해줬어야 할 도원수 김자점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임금을 져버렸다. 우스운 점은 이런 김자점은 고작 1년간 유배후에 해배되어 후엔 영의정에 오른다.(진정한 헬조선) 그리고 자신의 손자를 인조의 딸 효명옹주와 혼인시키니 그 이후로 조선이 바로 설 가능성은 만무하다. 게다가 청의 보급로와 진격로를 끊을 수 있었던 북병사 서우신과 함경감사 민성휘는 서로 지휘권을 다투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니 조선은 하나부터 열까지 답이 없었다. 청은 인조의 항복을 받아낸 뒤 7년 후 중원을 제패했고, 조선은 이후 청의 신하로 정권을 연명한다. - 극화한 김상헌의 삶과는 다르게 실제 김상헌은 자살시도만 했으며 후에 주화파 최명길과 함께 심양에 구류되기도 한다. 게다가 좌의정에 제수되기도 하며 천수를 누리다 죽는다. 무려 82세에 죽으니 그 옛날에 엄청난 장수를 누렸다고 볼 수 있겠다. 조선의 충신이었던 김상헌은 후에 조선을 망친 세도가 '안동 김씨'의 뿌리가 되었으니 역사는 참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 한줄 평 : 역사를 덧칠하지 않고 원작을 흠내지 않은, 완벽한 캐스팅의 꽉찬 영화. p.s. 11시에 극장에서 나와 맥주 몇캔을 하고 끄적인 글이라 부족함이 많을 것같다 + 북핵 위기와 덧붙여 여기저기서 코리아패싱 당하는 요즘은, 중원의 지배자 청의 칸에게 무력이 아닌 대화로 '대접'받았던 과거보다 더 심각한 상황같다. 날쇠(고수)의 말 마디마디가 폐부를 찔러들어왔다. 어차피 벼슬아치는 안믿는다는 그의 태도는 '어차피 정치인은 안믿어' 라는 新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조적인 태도와 똑같다. 왕조국가인 그때나 지금이나 다른 건 문명의 이기뿐이다. 명분에 연연하며 졸속행정처리를 잇고, 말도 안되는 법안이 상정되고 통과되고 자생적 정보섭식 능력이 거세된 정치 노예들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남의 의견을 그대로 따르며 결과에 대한 예상과 책임은 남에게 전가한다. 뱃사공이나 후에 목이잘린 이름없는 조선 백성에겐 오늘의 좁쌀 한줌과 은전 몇냥이 더 중요한 법이다. 그걸 나랏님들 - 집권 정당, 대통령, 행정 각처의 결정권자들-이 모를까. 모른 척 눈가리고 아웅하는 거지, 생색은 낼대로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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