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prattein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
平均 3.6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한낱 무력한 개인으로서 허무주의가 오게 됐다. 홍수 같이 쏟아지는 기술의 발달이야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속도 조절 없이 밀어 붙이는 과학자들이 괜히 미워지고 저주스러워 지기도 했다. 뭐 따지고 보면 그들도 그들의 일을 하는 것이니 딱히 저주할 명분은 없다. 또 한편으로는, 나 또한 우리 인간이란 종의 패권의 상실을 예감하고서 비탄에 빠져 버린, 그저 단순히 어떤 종의 최우위에 있고 싶어 하는 그런 잔인한 생명체인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자괴감도 동시에 몰려 왔다. 우리는 새로운 종을 만들었고, 우리가 만든, 아니 냉정하게 과학자들이 만든 그 새로운 종에 의해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미래에 말살 당할 것이라고 예상하니 너무나 우울했다. 이건 5년 후가 될 지 100년 후가 될 지 아무도 모를 일이니 그 아득함으로 인해 사실상 나는 이성이 마비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허무주의가 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처럼 혼돈의 미래가 올 것임이 분명한 상황에서 내가 보기에는 아직 세계적 차원의 논의 따위는 없다. 물론 섣부른 우려로 너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겠지만, 내 보기엔 그들은 만들기에만 급급하여 도래할 악영향들에는 스위치를 끄고 쉬쉬하고, 미래는 미래에 맡긴다는 생각처럼 보인다. 당연히 심도있는 숙고를 통해 법제를 마련함과 동시에 범지구적으로 같이 해결점을 모색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지금 이렇게 개발에만 오로지 만전을 기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agi의 개발이 끝나고 상용화되었을 때 그 혼돈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가? cui bono? 그때에는 과연 누가 이득을 보는 것인가? 하기는 그들의 생각에는 그게 맞는 것일 거다. 어차피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무력한 개인은 어떤 새로운 체제가 당도함에 있어서 무력한 존재로서 희생됨을 안다. 지금, 우리 힘 없는 존재가 서 있는 바로 이 지점 또한 그 분기점이다. 세계적 석학들과 전문가들의 의견도 지리멸렬한 가운데 우리같은 작은 존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이것은 인간 일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인 선악으로 치닫는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그들의 선은 과연 작동할 것이며, 악은 닫혀 질 것인가?저자처럼 역사 속에서 힌트를 얻자면 상당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나 또한 선악의 정의를 내리기에는 너무 미흡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엿같은 기분을 간직한 채로 또 내일 일어나 불안 속에서 희망을 찾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다. 근데 또 따지고 보면 불안과 공포가 없는 미래가 존재하긴 했었던가 싶다. 우리는 전복되고 비틀거리는 대지 위에서도 중심을 단단히 잡고, 서투른 희망이라도 가지며, 위기 속에서 기회를 엿보려는 지혜를 키워가야만 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나에게 그것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