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천수경

천수경

2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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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本 ・ 2024

平均 3.8

앞집에서 가정 폭력으로 사람이 죽어나간 후에야 왜 바로 앞집인데 몰랐을까, 하면서 그간 열심히 산 것에 대한 뿌듯함을 전격 재조정하는 일이나 군인들의 섹스 토이로 끌려간 위안부 소녀가 다른 시대 다른 땅에 태어났더라면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상상, 열일곱 소녀를 강간하는 게 삶의 유일한 낙인 군인도 다른 시대 다른 땅에 태어났더라면 훌륭한 외과 의사가 될 만한 손재주가 있었을 거라고 점쳐보는 것, 살인을 행한 두 사람이 있을 때 두 살인의 무게가 다를 수 있다고 믿는 것, 죽음을 낳은 각자의 궤적은 하늘과 땅 차이일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 그럴 수밖에 없었던 누군가의 사정에 편 들어주는 것, 독립 운동가를 왜 연쇄 살인마라고 부르지 않는지 열 두살짜리 아이에게 설명하고 싶은 것, 방금 전 가자에서 마지막 숨을 뱉고 시신이 된 아이를 지금으로부터 한 달 후에 죽게 될 아이가 애도하고 있을 가능성에 막막해지는 것까지 전부 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9/11 테러가 한심한 이유는 이라크를 침공할 정치적 구실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라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쳤을 때 오히려 젤렌스키 인기가 떡상한 게 바로 세상사라고, 마치 전쟁이 카드 게임 정도인 것처럼 쉽게 말했던 순간들을 요즘 많이 떠올린다. 이번 주 시사인 편집국장의 편지에 ‘연결되었다는 감각’을 느끼기 전에 ’단절되었다는 감각‘을 (-그건 착각이다-) 자각하는 게 먼저일 수 있겠다는 사유가 와닿았다. 어떤 폭력은 동시대의 같은 행성에 살고 있다면 무관심해선 안 되는 규모로 자행된다. 사람이 3만 명 넘게 죽었다. 여기서 하마스 비중 운운하는 건 그 자체로 무지다, 내겐 그렇다. 가자 전쟁은 학살이 아니라고 말한 모든 인간을 규탄한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만도 규탄할 거 삼백팔십개인데... 이번 주는 학생 인권 조례에 칼질한 무지랭이들이 젤 나쁨 일단.) 이 책을 읽으며 심경이 복잡했던 이유는 작가의 많은 예언들이 맞아떨어진 현시점이 슬프면서도 서구권의 태세 변화(어제만 해도 EU 국가 중에 노르웨이와 스페인, 아일랜드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했음)까지 온 것이 다행이라서였고, 조금의 다행스러운 감각을 느끼기에도 조심스러운 이유는 극악한 만큼의 피가 흘렀기 때문이다. 왜 언제나 지나친 결과가 드러나야만 세상이 움직일까. 2024.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