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2010년대가 되자 장편소설공모전 네 군데에 당선되는 사람도 생겼다. 나, 장강명.” 이 책 뭐지. 이런 대담함이라니. 파격적인 책 제목과 파격적인 문장들이 시선을 끈다. 그렇다. 장강명의 고백처럼 그는 어쩌면 2010년대 이후 문학공모전의 최대 수혜자다. 그의 고발르포가 발화권위를 갖게 되는 이유다. 사실 장강명으로선 그저 시스템 내부에서 자신의 권위를 충분히 누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에게 이런 논픽션을 쓸 추동력을 제공한 건, 다름 아닌 이 사회의 불공정함이다. ⠀ 이 책은 문학공모전을 시작으로 9급공무원시험, 삼성공채시험 등에 개미떼처럼 몰려 있는 한국사회를 바라본다. 대규모시험을 치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회의 평등, 즉 공정성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선발되지/합격하지 못한 이유가 대규모 필기시험에 있다는 사실은 설득력 있다. 게다가 조선시대의 과거제처럼 공채시험이라는 문턱만 넘어서면 그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인간이 된다. 어떤 간판을 다느냐가 이후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된다. ⠀ 문제는 이 공채제도가 너무나도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비롯된다. 장강명은 공채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 직업의 경직성에 있다고 본다. 한 번 뽑힌 사람이 그의 업무능력과 관계 없이 도무지 나가지를 않는다는 것. 그리하여 토익 540점을 받는 사람이 고등학교의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든가, 승소율 낮은 변호사가 계속해서 수임된다든가 하는 문제가 벌어진다. 장강명은 여기서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의 신자유주의적인 논리를 펼치려는 게 아니다. 공채 합격으로 한 번 들어서면 자기들만의 이너서클inner circle이 만들어지는, 그래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 역으로 밀려나는 상황을 직시하는 것이다. ⠀ 진짜 비극은 공채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하물며 공채 응시자들조차 그 사실을 안다. 시험 하나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시험을 주관하는 입장에선 변별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다보니 지엽말단적인 문제를 내는 현실이다. 그러니까 업무 능력과는 하등 관계없는 일, 가령 이전까지 쓰지도 않았으며 앞으로도 쓰지 않을 단어를 외우고 있거나, 입체도형 전개도나 머릿속에서 펼치고 있는 것이다. 황당무계한 문제가 출제되고, 그걸 학생들이 대비하고 공부한다. ⠀ 장강명은 공채를 없애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공채 하나에 몰린 사회적 낭비가 지나치게 크니, 공채뿐만 아니라 다양한 등용의 길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데이터베이스(DB)라는 화두를 조심스럽게 던진다. 장강명이 보기에 공채를 통해 형성된 시장 자체가 기본적으로 정보가 전무한 깜깜이시장이다. 가령 법률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어떤 변호사가 얼만큼의 승소기록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 변호사의 정보를 공개하는 ‘로마켓’ 같은 사이트는 나오자마자 변호사들의 집단소송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폐쇄되었다. 출판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어떤 책이 몇 권 팔렸는지도 모른다. 작가들도 자기 책의 출판부수를 모른다고 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문학상 수상작이나 권위자의 추천도서만 찾게 된다는 것이다. ⠀ 다시 돌아가 문학공모전에 한해 이야기하자면, 장강명은 데이터베이스에 기초한 시민의 힘을 기대한다. 다름 아닌 서평문화의 확산이 그가 갖는 희망이다. 어떤 책이 공모전 수상작이라는 간판만으로 평가되지 않으려면, “그 책 좋다더라” 혹은 “별로라더라” 하는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독자의 존재조차 알 수 없어서 글쓰기를 포기해야 하나 생각하는 작가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 작가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독자의 또다른 의무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장강명에게 여기 당신의 독자가 있다고, 인상 깊게 읽었다고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고 싶다.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런 르포를 쓰겠다고 나서준 저자 장강명에게 한없이 감사할 뿐이다.
いいね 20コメント 0


    • 出典
    • サービス利用規約
    • プライバシーポリシー
    • 会社案内
    • © 2024 by WATCHA,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