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구준홍

구준홍

8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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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을 찾아서

本 ・ 1987

平均 4.0

2016年12月16日に見ました。

비명을 찾아서(복거일, 1987)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암살에 실패했다면?으로 시작해서 작중(1987년)까지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로 남아있다는 설정을 이용한 대체역사소설이다. 몇 달 전에 나치가 2차대전을 이기고 여전히 정권을 잡고있는 독일을 배경으로 하는 당신들의 조국을 읽었는데, 비명을 찾아서는 아무래도 한국을 다루다보니까 현실감이 훨씬 생생하게 느껴졌다. 1월부터 12월까지 총 12개 챕터를 시간순으로 배열하면서 이런저런 생활과 사건들이 진행되는데, 장편이라 그렇게 박진감있게 사건이 진행되는건 아니지만 읽다보면 1984년의 식민지 조선의 모습에 대한 묘사에 빨려들어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들이 실제 역사와 다르지만 다른 점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게 재미있다. 작품에서는 의도적으로 고유명사나 지명 등을 외래어 표기법에도 안 맞는 일본어로 옮기는데, 옆에 달린 한자를 보고 이게 가리키는게 무엇인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주로 지명(보꾸우라-목포, 에이도우라-영등포, 가마야마-부산)이나 자연물(남산-게이난상, 북악산-게이호쿠상) 등에서 이런 경우를 많이 찾을 수 있다. 식민지 상태로 왜곡된 현대화가 이루어진 모습도 많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내지인과 조선인 사이의 차별이 작품 내부의 각종 갈등을 구성하며, 이것이 작품의 핵심적인 주제가 된다. 내지인이 조선인보다 빨리 승진한다거나, 내지인과의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노리거나 하는 문화도 묘사되고, 공해산업을 전부 조선에 가져와서 한강물이 완전히 오염됐다거나 산업쓰레기를 개마고원에 가져와서 매립하거나 하는 내용이 있다. 군부독재 국가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억압적인 사회분위기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작중의 조선은 민족말살정책이 완벽히 이루어져 조선 사람들이 말과 글도 잃고 조선이라는 나라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된 것으로 나오는데, 사실 이 부분은 다소 무리가 있는 설정같지만 주인공이 이러한 사실을 점차 깨달아나가는 과정이 작품의 가장 큰 줄기가 된다. 작품의 구성에서 특이한 점으로, 한 절마다 특정 책, 기사, 법령, 시 등을 한토막씩 인용하고 본 내용을 서술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용이 되는 글들 역시 대부분 작가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글들이다. 이 인용문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 대체역사의 사회상이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는데, 이것을 보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이를 통해서 대충 나오는 작중 세계관을 보면 2차대전때 일본은 대충 친미 중립 노선을 통해서 패망을 피했고, 전후 미국, 러시아에 이은 3강을 형성한다. 내지+식민지 조선, 대만+꼭두각시 만주국+산둥반도 조차지가 일본의 세력권이고 다른 열강들도 아직 식민지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황하를 경계로 공산당과 국민당 정부가 휴전상태로 머물고, 일본은 만주국을 통해서 러시아, 중국 공산당과 교전중이다. 책을 다 읽고 찾아보니 주인공과 작가의 삶이 살짝 닮아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주인공은 경성제대 상학과를 나오고 잠깐 장교로 군복무를 했다가 알루미늄 회사에 근무하는데, 작가도 서울대 상학과를 나오고 장교로 군복무를 했으며 알루미늄 회사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자식이 딸 한명이라는 점도 같다. 이렇게 개인사를 녹인 부분도 있고 군사정권 일본을 묘사하면서 당시 한국의 군사정권들의 모습을 차용해온 부분도 많이 나타난다. 대학생이 경찰에 의해 고문치사한 여파로 학생운동이 일어난다거나..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암살에 실패했다는 모티브는 2009 로스트 메모리즈라는 (망하긴 했지만 왠지 이름은 유명한) 영화에서 차용되었다. 원래 이 개념만 가져가는걸로 작가한테 허락을 받았다는데 너무 많이 차용했다고 작가가 소송걸었다가 패소했다고.. 이 복거일이라는 작가는 사실 어릴적에 극우 신자유주의자로 처음 알게됐는데 정작 이 소설 내용은 오히려 민족주의적이고 별로 우파스러운 내용이 없다. 이 작품 말고 다른 작품은 또 다르다고 하긴 하던데.. 650페이지로 분량이 상당히 많았는데 책이 재밌다보니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어서 꽤 빨리 다 읽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