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미인
3 years ago

aftersun/アフターサン
平均 4.0
2023年02月02日に見ました。
하얀 햇빛. 빨랫줄에 걸린 젖은 옷. 무심히 돌아가는 선풍기. 물기를 머금은 슬리퍼. 낮은음자리표 모양의 난간, 그 패턴을 성실하게 요약한 그림자. 파인애플맛 환타. 느긋한 낮잠. 땀에 식어 이마에 붙은 머리칼. 기억이 채택 못한 순간이 담긴 캠코더. 그때 언니가 준 자유이용권 팔찌는 정말 노란색이었을까. 그냥 내가 좋아하던 색이라 그렇게 기억하는 건 아닐까. 잠겨있는 아빠의 표정과 다시 만들어진 기억들 중 그 무엇이 나를 키웠는지 알 수 없다. 열탕소독한 젖병을 꺼내며, 여름의 기억도 이렇게 멸균되어 있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 아기를 안은 채, 내가 가진 세계에 이렇게 뾰족한 모서리가 많았구나 놀랐던 것처럼. 뜨거웠던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는 늘 어린 내가 다치지 않게 보호 캡이 씌워져 있었다. 견고했던 어른에게는 성실한 그림자가 있었고 벽을 사이로, 휘몰아치던 소용돌이는 내가 모르는 새 우리를 통과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