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수경

セックス・エデュケーション シーズン 3
平均 3.7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재수 시절 우리 반에서 가장 망나니였던 애가 말했다. "너네, 드라마 동이 아냐? 나 어제 동이 보고 오열하는데 엄마가 재수 쉽지 않지..? 쉬엄쉬엄해~ 이랬잖아." 그 애는 친구들과 함께 낄낄댔다. "미친놈." "동이 본 사람 없냐? 졸라 슬픈데..진짜 개슬퍼." 어딘가에 자신의 말에 공감해줄 사람을 찾기 위해 걔는 은근히 두리번거렸다. 나는 생각했다. '지금 몇년 전 드라마를 왜 봐.. 엄청 진부한 드라마였던 것 같은데 그걸 보고 운다고..?' 그 애는 툭하면 자습을 빼먹고, 학원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허풍인지 아닌지 모를 "클럽 가야 하는데~" 같은 말을 하고, 공부를 지나치게 잘해서 오만한 애였다. 하지만 동이를 보고 오열했다는 얘기를 들은 이후로 나는 그 애를 예전만큼 미워하진 않았다. 또 이런 애도 있었다. 정말로 연애 따위에는 관심이 0.1도 없을 것 같은 애가 나랑 제일 친한 주영이한테 고백을 했다. 그런데 고백을 하기 전에 "내가 지금부터 할 얘기 그 어디에도, 정말 그 어디에도 절대 절대 말해서는 안 돼. 안 말할 거라고 맹세해."라고 했다는 거였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얘기라서 이후에 그 애를 볼 때마다 내 표정은 어딘가 렉이 걸렸다. 하이틴물의 존재 이유는 그 때 그 시절의 오해를 풀어주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숙했던 시절, 서로를 다 알지도 못한 채 졸업해버린 우리가 뒤늦게 짐작하는 각자의 사정을 상세하게 파헤치는 것이다. 누군가의 다양한 면모를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오해를 푸는 것이 아닐까. 이번 시즌 모든 인물들의 서사가 다 좋았지만 제일 좋았던 건 루비 스쿼드였다. 왜 루비의 친구들이 피고용인처럼 구는지, 왜 루비의 가방을 들어주고 루비의 말에 복종하는지가 풀려서 좋았다. 루비의 사정을 아는 친구들이 그 애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일 줄이야. "사실 돈 때문에 한 거 아니었어. 너랑 시간 보내는 게 좋아서 한 거였다." 오티스가 이 말을 하는 걸 보고 놀랐다. 별 거 아닌 말 같은데 나는 해본 적이 없는 말이라는 걸 깨달아서였다. 나도 누군가와 만나기 위해 갖은 목적과 명분을 만들어내지만, 실은 그냥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인 경우가 무수했기 때문이다.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오티스와 들을 수 있는 메이브가 부러웠다. 나는 이런 행운을 목격하기 위해 이 드라마를 본 것이었다. *포스터 이제 봤는데 루비가 없네..? 다시 만들어 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