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현

アウトフィット
平均 3.4
측량부터 드로잉, 컷팅, 바느질, 그리고 마지막 단추 하나에 이르기까지, 가히 훌륭한 재단사의 기술이라 얘기할만하다. 실체를 알기 어렵던 천 조각들이 정교한 실과 바늘로 솜씨 좋게 꿰매어지면서 유일무이한 하나의 아웃핏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은 차라리 예술에 가깝다. 무대가 되는 양복점을 단 한 컷도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는, 그러나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진진하고, 몇 번의 몇 번을 거듭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맨다. 모든 장면과 대사들은 정성 들여 지은 맞춤옷처럼 기품 있고 우아하며 단정하고 적확하다. 감독은 어느 하나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멋진 데뷔전을 치러냈다. 상대적으로 대단한 조명을 받지는 못했던, 그러나 상당한 내공을 지닌 뛰어난 배우들은 날개를 달고 매 신 가득 존재감을 아로새긴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역시나 완벽한 섬세함과 매서운 정교함으로 재단사 벌링을 연기해낸 마크 라이런스이지만, 여리면서도 강인하고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절제된 연기를 선보이는 조이 도이치와, 많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딜런 오브라이언, 시종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조니 플린, 그리고 사이먼 러셀 빌과 니키 아무카 버드에 이르기까지, 등장하는 배우 모두가 더없이 완벽한 앙상블이라 하겠다. 시대를 풍미한 청바지처럼 스타일리쉬하면서도 유행을 타지 않는 맞춤양복처럼 고전적이며, 솟구쳐 오르는 피만큼 뜨거운가 하면 새하얗게 뿜어내는 입김처럼 서늘하고, 지혜로운 늙은 재단사의 눈길을 닮아 따뜻한듯하다가도 12월의 시카고 거리만큼이나 차갑고 시린, 많은 부분 히치콕을 떠올리게 하고 군데군데 타란티노가 연상되기도 하는 이 영화. 매끈하고 장중한 웰메이드 고전 연극을 한 편 본듯 기묘하고 긴 여운이 남는다. (아마도 올해의 데뷔작, 어쩐지 벌써부터 2022년 가장 저평가된 영화가 될 것만 같은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