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생각했던 우리가 틀렸던 이유는, 우리 사이 오갔던 수많은 대화들은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아픔과 희미하게나마 느껴졌던 간극마저 무시한 채로 서로를 연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시선은 무너진 우리의 폐허를 응시해야만 했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시간을 재건해야 한다.” 저 아래선 그렇게 환할 수 없었으나, 위로 올라오니 안개만 잔뜩 낀 풍경이 반기고 있었다. 어느덧 우리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안개를 바라보며 스스로의 미래를 연상시킬 나이가 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늘 행복했던 것도 아니었고, 늘 우울했던 것도 아니었던 나날들이었다. 가까이서 본다면 내겐 크나큰 파동과 같은 순간들도 시간 저 너머로 마주하니 한낱 지평선에 지나지 않았다. 역시 반대로 잔잔한 줄만 알았던 내게도 큰 파도가 휩쓸고 간 자리를 억지로 간과할 수도 없었다. 나는 그 시간들을 어떤 사람으로 견뎌왔나. 내가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를 제대로 생각해 보지도, 느껴보지도 못했었다. 무게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중심을 잃어버릴 때가 있던 것처럼, 우리의 호흡을 비롯한 내 삶의 중심을 그동안 우린 잊고 살았기에 조금씩 흔들리며 살아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우린 그것을 기어코 되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소통을 하며 우리와 소통하는 이들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을 안갯 속의 풍경에서 각자 스스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되풀이되는 고집에도 우리의 삶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끝내 중심을 잡지 못했었다. 우연이라 믿고픈 나날들의 진상을 따라가면 그 시작엔 자의에 의한 선택이 있었으니, 스스로 이를 필연이라 이름을 붙일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의 향연이었다. 빌어먹을 우연의 연속뿐이라면 이보다 불우할 수 없을 기구한 내 운명임을 받아들이거나, 어떠한 생각들로 돌이켜봐도 내가 내린 선택에 의한 결정값 이외에 더 좋은 결과를 마주칠 수 없음을 알게 된 나의 삶은 피할 수 없었던 필연들로 가득 찼음마저 내가 선택해야 할 몫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해왔던 우리에게, 더 이상 알 것도 모를 것도 없어 보였던 우리 사이에 잠자코 있던 비밀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 우리에게 있었던 문제는 소통이었음을 인식했어야 했다. 서로를 마주 보았던 눈동자들 속과 나누었던 이야기들 속에 담긴 우리의 시간들을 알아채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우리 사이에 벌어진 공간을 뒤늦게라도 인지한다면, 서로가 너무도 다른 우리들이 지금까지 잘 지내왔다고 믿는 것도, 서로를 향한 이해와 공감에 있었다는 근거는 터무니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서로를 그렇게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어째서 우린 서로의 중심에서도 멀어지고만 있는 것일까. 모두가 다 다른 세상에서 행복해지고 싶었던 우리의 시선이 타인을 향한 것은 나름의 배려랍시고 믿었던 터였다. 모두가 다른 우리가 서로를 위해 맞춰갔던 것이었지만, 그 사이에 우리는 나라는 개별성을 잃어버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때로는 여유로웠고 때로는 숨 가빴던 기나긴 내 삶의 온전한 호흡을 제대로 응시하지도 못한 채, 나의 행복을 다른 누군가와의 무너진 관계들로 복구하려 노력했었다. 나의 무너진 풍경들이 남에게 드러내기 부끄럽다 하여 숨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고, 이미 보았음에도 무시한 채로 살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무게 중심을, 나의 행복을 찾고 싶은 우리들은 지나친 우리의 숨 가쁜 호흡들을 놓치고선 삶의 중심을 찾을 순 없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생각했던 우리가 틀렸던 이유는, 우리 사이 오갔던 수많은 대화들은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아픔과 희미하게나마 느껴졌던 간극마저 무시한 채로 서로를 연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시선은 무너진 우리의 폐허를 응시해야만 했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시간을 재건해야 한다. 가장 소중한 것들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세상이다. 더욱이 끔찍한 것은 이를 우연이라고도 믿고 싶어도, 그 시작엔 항상 내가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 세상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한 사랑을 한다는 것, 무리임을 알면서도 잡으려고 애를 쓰는 것, 부끄러운 아픔인 줄 알면서도 드러내는 것. 우리에겐 그런 용기가 필요했다. 여기서 진정한 사랑은 비단 아름다운 것들뿐만 아니라, 무너진 너의 폐허와 벌어진 우리의 간극들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고서 이를 긍정할 줄 아는 것이었다. 영화의 시작은 밝은 곳에서 어두운 터널로의 진입이 아닌 결국 어두운 터널에서 밝은 곳으로의 진출이었다. 그들과, 영화와 이들을 보는 우리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의 풍경에서 넓게 트인 바다가 보이는 곳을 향해 시선을 옮겨본다. 어쩌면 우리는 소통보다도 이 여행을 함께할 동행이 더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소통은 더 이상 서로의 시선을 바라보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본래의 우리 모습 그대로를 잃지 않고서 차라리 같은 곳을 바라보아야 되지 않겠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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