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심

パプリカ
平均 3.7
마지막 대사에 신을 믿지 않는 내가 지져스를 외쳤다. 사랑스럽지는 않은 기괴한 영화지만, 현실이 꿈을 잠식한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상실과 우울에 한 줄기 빛을 더해줄 수 있는 메세지를 담고 있지 않을까.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 .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형사가 된 남자. 아니, 형사인 그의 삶은 누아르 영화 그 자체가 되었다. . 큰 동심과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지방에 가려지고 자기앞가림하지 못하는 남자. 아니, 살이 아니라 슈퍼 히어로 로봇 철갑이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즐거운 꿈에서 깨어나 동심을 지켜냈다. . 어린 욕망은 꿈 속에서만 간직한 채 냉기로 무장한 여자. 아니, 그녀는 파프리카처럼 맵고도 상큼한 사랑을 하고 있었다. . 이데올로기가 없는 과학기술을 조심하라 했던 이사장. 아니, 그는 두 다리를 잃은 상실감에 사로잡혀 꿈 속에서라도 완전하고자했던 욕구불만족의 남자일 뿐... . 꿈이 현실을 파괴하는 기괴한 상상은 말 그대로 꿈 속의 잔상을 그대로 표현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꿈을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 그러나 한 소녀가 그 꿈을 모조리 먹어치워 어른이 되는 것으로 꿈이 야기한 위기를 모면하고 현실로 돌아온다. 우리는 모두 꿈을 먹고 어른이 된다. 꿈꾸는 아이들을 소비하려면 어른 한 장을 사야한다. 그러면 그 꿈은 더이상 어린 시절의 전유물이 아니라, 현실을 구축하는 하나의 기둥이 된다. 꿈과 현실 둘 중 하나에 무게를 두는 영화가 아니다. 현실이 꿈을 파괴하듯 꿈도 현실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현실과 꿈이 '구분되지 않는' 아름답고도 잔인한 장면을 선사하려는 영화이다. 우리 현실의 삶이 꿈과 구분된다고 생각하지 말아야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꿈과 현실이 공존하는 세상일 뿐, 그래서 어떤 꿈을 꾸고 어떤 현실을 살아가는 지에 따라 인생이 좌우될 뿐이다. 모두가 어릴 적 처음 삼킨 꿈을 이룰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완벽히 그 꿈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우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파프리카' 한 입이 필요하다. . 세계 어디서나 꿈이라는 단어는 '잘 때 꾸는 꿈'과 '이뤄지길 바라는 꿈'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무엇을 칭하든 모두 파프리카 맛이 날 것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