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던 걔 있잖아,라고
친한 형에게 말하면 형이 늘 대답했다.
너가 그렇게 말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서 헷갈린다고.
그 말을 들으면,
늘 실속없이 좋아하기만 한 것 같아서
창피했지만 또 누군가를 좋아하는 나는,
나답게 잘 살고 있는 거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다.
호박과 마요네즈를 보고 나서,
이루어지지 않은 좋아함들이나
알 수 없는 이유가 이유가 되는 헤어짐들도
각자의 자리를 찾아간 이름표처럼 느껴졌다.
추억에 잠기는 날이면 생각나는
사람들의 이름이 여럿 갇히지만
원래 그렇게 될 일이었다고 믿는다.
우리는 또 누군가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