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aucoup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平均 3.8
다 쓰러져가는 오누박, 해진 반바지, 교육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상 투적이고 틀에 박힌 모습이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상투적인 개 념으로 단순화하려는 버릇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문학작품이 나 사회이론에서도 가난한 사람의 천성이 게으르다고 보는 입장과 진취적이라고 보는 입장, 고결하다고 보는 입장과 도벽이 있다고 보 는 입장, 다혈질이라고 보는 입장과 소극적이라고 보는 입장, 무능력 하다고 보는 입장과 생활력이 강하다고 보는 입장이 엇갈린다. 가난 한 사람들을 향한 정책 기조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단순한 공식으로 압축된다. 자유 시장은 가난한 사람에게 유익하다, 인권을 중시하라. 갈등 해결이 우선이다, 극빈층 지원을 늘려라, 해외원조는 발전을 가 로막는다 등. 이 입장은 중요한 진실을 함축하고 있긴 하지만 내면에서 늘 희 망과 의혹, 한계와 열망, 확신과 혼란이 충돌하는 가난한 개개인에게 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간혹 감탄이나 동정을 유발하는 이야기의 등장인물로 여겨질 뿐, 그들을 지식의 원천 혹은 무언가 의견을 물어볼 대상으로 보는 경우는 드물다. 경제학 분야에서도 '빈곤의 경제학 conomis of porety'은 경제학의 빈곤 Poor cconomies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가 가진 것이 적 다는 이유로 가난한 사람들의 경제적 현실에 흥미를 보이지 않기 때 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현실은 세계적인 빈곤 문제 해결 투쟁을 크게 약화시킨다. 그러나 문제를 단순화하면 해결책도 단순해지는 법이다. 빈곤 되 치 정책 연구 분야를 보면 빈곤을 해결할 기적 같은 이야기를 여기저 기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사실 기적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난한 사람들을 만화 속 등장인물로 취급하는 습관을 버리고 그들의 생활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들의 생활 속에는 복잡한 동시에 비옥한 자원들이 숨어 있 다. 우리는 지난 15년 동안 그 자원을 연구하는 데 전력해왔다. 우리는 학자다. 학자는 이론을 만들어내고 자료를 분석한다. '가 난' 연구에 뛰어든 우리는 가난한 이들을 돕는 비정부기구 활동가, 정부 공무원, 보건의료 종사자. 소액금융기관 들과 오랜 시간 협력해 왔다. 더불어 가난한 이들의 삶의 터전으로 찾아가 질문을 하거나 자 료를 구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면 이 책 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예고 없이 방문했을 때도 그들은 우리를 귀한 손님으로 대접했다. 심지어 앞뒤가 맞지 않는 질문을 해 도 인내심을 발휘해 대답해주었다.' 연구실로 돌아온 우리는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기록하고 자료 를 분석하면서 때론 감동하고 또 때론 혼란에 빠졌다. 먼저 우리는 서구 출신이거나 서구에서 교육받은 개발경제학자 혹은 정책결정권 자가 가난한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만든 모델에 우리가 보고 들은 것 을 맞춰보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직접 확인한 몇및 중요한 증기 가 그때까지 인정해온 이론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연 히 우리는 현실을 무시한 이론을 재평가하거나 폐기했다. 나아가 그 러한 이론의 결함을 보완하고 현실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수정한 방안을 찾아내려 노력했다. 이 책은 그 노력의 결과물이자 가난한 사 람들의 삶과 관련해 논리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우리가 흡 린 땀방울의 산물이다. 우리의 연구 초점은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다. 가 난한 사람이 많이 사는 50개국의 평균 빈곤선(최저한도의 생활을 유지하 는 데 필요한 수입 수준. 영국의 사회사업가 라운트리B. 5. Rowntre가 제기한 개 념)은 1인당 하루 16인도루피다.' 50개국 정부는 이보다 적은 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가난하다고 본다. 현재의 환율로 계산할 때 16루 피는 미화로 36센트다. 개발도상국은 대개 물가가 낮기 때문에 미국 의 물가 수준으로 물건을 산다고 가정하면 이들은 99센트밖에 쓰지 못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간접 체험이라도 하고 싶다 면 마이애미나 머데스토에서 주거비 이외의 모든 생활비를 하루에 99센트로 해결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말도 안 된다고? 인도에서는 그 돈으로 작은 바나나 15개나 질이 낮은 쌀 1.4킬로그램을 살 수 있 다.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하냐고? 2005년 전 세계에서 8억 6,500만 명(세계 인구의 13퍼센트)이 그렇게 살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욕구와 약점은 있다. 빈자가 부자보다 합리적이지 못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가난한 사람은 가진 것이 적기 때문에 뭔가를 선택할 때 훨씬 더 신중하게 행동한다. 꼼 꼼한 경제학자처럼 행동해야 생존이 가능한 가닭이다. 그럼에도 이 두 부류의 삶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낸다. 이것은 우리가 당연 시하는 탓에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의 여러 가지 측면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루를 99센트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보에 접근할 기회(신문. TV. 책 등)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난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당연하게 여기는 사실(예컨대 예방접종을 하면 훈액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가난한 사람은 대부분 급여 생활자가 아닌 까닭에 일 을 그만두더라도 퇴직금을 받을 수 없어 당장 생활이 어려워진다. 쉬 은 글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전문적인 글을 읽고 여러 사항을 결정 해야 하는 것도 가난한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글을 읽지 못하 는 사람이 발음조차 어려운 다양한 건강보험 상품을 어떻게 이해한 단 말인가? 정치적 경험이라야 선거철에 지켜지지도 않을 공약만 들 어본 사람이 어떻게 제대로 투표를 할 수 있겠는가? 은행이 적은 액 수는 관리해봐야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며 받아주지 않는데 어떻게 저축으로 돈을 모으겠는가? 결국 가난한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가족의 미래 를 안전하게 지키려면 훨씬 더 많은 기술과 의지, 노력이 필요한 셈 이다. 가난하지 않은 사람은 적은 비용. 작은 장벽. 작은 실수에 그다 저 연연하지 않지만 가난한 사람의 일상에서는 그것이 큰 문제가 되 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기관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희망과 적절 한 도움(간단한 정보, 약간의 주의 환기)이 있을 경우에는 커다란 효과를 거둔 수 있다. 물론 과도한 기대감과 확신 부족, 사소한 장벽이 상황 윤 그르치는 경우도 있지만, 적절한 스위치를 찾아 누르면 분명 가난 한 사람들의 생활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그 스위치가 어디 에 있는지 알아내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스위 치 하나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가난한 사람들의 경제생활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으로부 터 출발해 풍요를 추구한다. 무엇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무엇을 성취 할 수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무엇 때문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이 해할 수 있도록 여러 이론을 제시한다. 더불어 장마다 그에 따른 난 제와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우선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삶의 본질을 파악해 나간다. 가령 구매하는 상품, 자녀 교육, 건강 문제, 자녀수 등을 알 아내 그들이 삶에 대처하는 방법을 탐구한다. 이어 시장과 제도가 가 난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다. 즉 그들이 돈을 빌 릴 수 있는지, 저축할 수 있는지. 위험에 대비해 보험에 들 수 있는 지, 정부의 빈곤 대응책은 무엇인지, 어떤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실패하는지를 살펴본다. 이 책은 시종일관 몇 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가난한 사 람들이 스스로 생활을 개선할 방법이 있는가? 이것을 가로막는 요인 은 무엇인가? 생활을 개선하는 활동 자체에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닌가? 개선 활동을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그것을 지속하기는 어 려운가?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어떤 개선 효 과가 있는지 알고 있는가? 만약 알지 못한다면 정보 습득을 가로막 는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의 목적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과 선택을 연구해 세계적인 빈곤에 맞서 싸우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다음의 의문에 주목해보자. 흔히 기대하듯 기적 같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데 도 소액금융 지원이 유용한 까닭은 무엇인가? 가난한 사람들이 득보 다 실이 큰 건강관리법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난한 집 아 이들은 왜 몇 년씩 학교를 다녀도 제대로 배운 게 없는가? 가난한 사 람들이 보험에 들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 책은 이러한 의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나아가 과거에 마법의 탄환으로 여기던 수많은 방법이 오늘날에는 부적절한 방법으로 둔갑한 이유도 보여준다. 특히 이 책은 몇 가지 희망을 다루고 있다. 가령 상품권으로 지급 하는 보조금 정책이 명목상의 성과를 뛰어넘는 효과를 내는 이유를 밝힌다. 또한 일반 보험을 개선할 방안과 교육 분야에서 거품을 줄이 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이유, 좋은 일자리가 경제성장에 도움 을 주는 이유를 설명한다. 무엇보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이 유와 지식이 중요한 이유, 태산 같은 난관이 가로막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밝힌다. 성공은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멀리 있 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