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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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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お引越し

映画 ・ 1993

平均 3.9

□ 앞으로 나아간다는건 더 이상 함께할 수 없게 된 감정들과 이별하며, 불안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이 영화는 이혼이라는 상황에 놓인 주인공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로 보이지만, 말미에는 성장 자체보다는 과거를 놓아두고 나아가야만 하는 개인이 필연적으로 잃을 수 밖에 없는것에 대한 불안에 대한 작품으로 확장된다. 초반 출구없는 식탁에 앉아있는 가족의 모습에서 안정적인 구조물인 삼각형으로부터 묘한 불균형이 느껴지는데, 창밖의 장맛비가 더해져 이러한 불안의 정서를 촉발하며 관객을 영화 속 세계로 끌어들인다. 주인공이 지켜내고 싶은 건 내면에 대한 상징으로서의 불꽃이지만 이혼과 이사라는 성장 속 변화는 자아의 유지를 어렵게 만들고, 이는 실험실에서 불을 내는 일탈의 행위로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불씨의 소재는 후반 축제장면으로 직접적으로 연결되는데 불꽃은 축제라는 인위적인 행사에의해 아름답고 화려하게 타오르게 되고, 주인공에게 일시적인 안식과 도피처가 될 수는 있지만 끝내 거대한 바다에 한순간 잠식된다. 이 거대한 바다는 첫 장면에 내리던 장맛비의 누적된 결과일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어른이 되며 사라지는 자아의 불꽃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일방적인 시간의 흐름에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한손으로 꼽을 만한 추억만 간직하며 떠나가는 이사와 같은 것이며, 하나둘 내려놓는 것이 유발하는 공허와 불안을 달래줄 수 있는 건 가족도 친구도 아닌 자신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