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선아

­선아

1 year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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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

本 ・ 2020

平均 4.0

버틀러가 상정하는 민(民)주체가 결국 인민(人民)이라는 점에서 인간중심주의라는 비판을 피해가긴 다소 어려워 보인다. 물론 버틀러가 정의하는 '인간'은, 자유주의에서 내리는 정의 마냥 개별적이고 주체적인 '개인'이 아니지만(버틀러는 이와는 정말 확실하게 거리를 둔다), "여러 피조물 중 단독적인 하나의 생명체로서" "우리를 넘어서는 살아 있는 존재들의 일부로서 출현한다고 하는, 바로 그 타협에 우리가 부여하는 이름"(64-65쪽)이기에 분명 인간 '종' 이상을 의미한다. 버틀러의 이러한 타협은 인간 바깥을 추구하고자 노력할 순 있지만 끝내 극복하긴 어렵다는 일종의 겸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정의는 휴머니즘 즉, 기존의 '인간다움'이라는 도덕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인간 삶"이라는 개념을 계속 유지해야만 한다"(64쪽)며 민(民)주체를 인민(人民)으로 둔다면, 인간 너머를 포괄하는 정치라는 스스로의 기획 의도와 애초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 설령 논증 자체의 문제를 덮어두더라도 그러한 주장의 효과가 의도대로 될지 의문이다. 게다가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을 대표해야 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동물권 운동이 인간-비인간 범주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언급하지만(54쪽), 결국 인간을 one of them으로, 즉 다른 존재들과 동등한 지위로 배치하는데 실패하며 언급한 동물권 운동이 가지는 급진성을 되려 깎은 것이다. 버라드가 적절히 지적했듯, 버틀러의 네트워크가 경계가 존재하는 노드들의 상호연결(이자 의존)이라는 점에서 주체-타자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 버리진 못한 것 같다(오히려 이 작업은 이전 저서인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의 1장에서 더 잘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버틀러가 주장하는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이 아니라 얽힘(entanglement)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