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니 검진 결과가 좋지 않아서 걱정이야
아무래도 내 탓이 아닐까 너무 죄스럽더라고
나는 너한테 욕심만 부리고 있었어
내 모든 걸 알아차려주는 사람이길
작게는 자전거 잘 타기, 밥풀 흘리지 않기, 열쇠 잃어버리지 않기
그런데 어느샌가 욕심이 내 눈을 가렸나 봐
힘든 니 표정은 헤아리지 못하고 불평만 늘어놓는 오래된 남자친구가 되어있던 거야
미안, 너무 미안해
지금 생각해보니 난 그냥 니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내 마음 몰라줘도 되고, 밥풀 흘려도 되고, 자전거 못 타도되고, 열쇠 잃어버리면 다시 맞추면 돼
그래야 같이 토마토 고추장 밥도 먹고 놀이동산도 또 가지
며칠 전 새벽, 티비에 나온 우리 모습을 밤새 돌려본 적이 있어
거기에 나온 니가 너무 귀여워서, 날 바라보는 표정이 오래전 그때와 다르지 않아서
그렇게 한결같은 니가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고, 나도 너를 닮고 싶어
그렇게 같이 늙어갔으면 좋겠다
익숙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함께
2013년 맑은 날, 너의 정치 오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