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영
6 years ago

병신과 머저리
平均 3.6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주디스 허먼의 '트라우마'라는 책을 읽고나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두 종류의 트라우마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형이 겪었던 전쟁 트라우마는 죽음의 공포 앞에서 거대한 폭력과 비인간성과 마주하는 트라우마이다. 그것은 명백한 가해자가 있고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만한 가시적인 형태의 집단적 트라우마이다. 그렇기에 형은 글쓰기를 통해 이 트라우마에 직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우가 겪는 트라우마는 실체가 없는 트라우마이고 보통 사람들에게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트라우마이다. 아우가 겪는 트라우마의 본질에 대한 힌트는 애인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데 애인이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 그리고 애인을 붙잡기 어려운 가난한 화가라는 것에서 드러난다. 어쩌면 아우가 겪은 트라우마는 전후세대가 마주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도태되는 비참함, 자존감 하락 등 현대인들이 공유하기 쉬운 트라우마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러한 아픔은 자잘하게 일상에서 반복되어 나타나는 것이고 형태가 명백하지도 않고 물리적인 폭력으로 나타나지도 않기 때문에 트라우마에 직면을 하는 것도,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다. 당신의 트라우마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