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나룽

나룽

2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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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

本 ・ 2023

平均 4.0

이렇듯 때로 성장은 여성들이 불의와 타협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보호하는 데 사용되는 서사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성장 서사는 일터의 신자유주의 통치체제를 가능하게 하는 순치어다. 부당한 처우의 화를 내거나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보상을 바라지 않고 물러나는 여성의 희생을 낭만화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성장 서사 속에서 여성들은 도전 투쟁 논쟁이 필요한 순간에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시시 비비를 가리는 상황을 피한다. 억울함을 토로하는 대신 현재를 긍정적으로 사유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 태도는 성숙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여성들에게 "나는 지속적으로 성장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자아를 영구화한다. 물론 성장 서사는 여성들이 다양한 일터로부터 단절되는 고통으로 스스로를 낙인화하지 않으려는 언어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서사의 사용이 매우 젠더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내가 만난 이들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일하는 남성들은 자신의 이직 부서 이동, 해고, 경력 단절을 성장으로의 미화하지 않는다. 남성들에게 이 단어를 자주 쓰는가 물었을 때 그들은 "그런 것 같지 않다"고 대답했다. 한 남성은 만약 자신이 비슷한 표현을 쓴다면 "배웠다" 정도가 최대치일 것이고 다른 남성들에게서도 성장이란 말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직장에서, 누군가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배웠다" 라는 말을 할 수는 있지만 추상적으로 전 직장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는 류의 사고방식은 이들에게 낯선 것이었다. 반면 능력주의를 믿고 자라 일터의 헌신한 여성들은 정당한 몫을 보장받지 못했을 때 불리한 차별이 아닌 자신의 부족함에 집중한다. 지속적으로 성장을 요하는 미숙한 존재로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스스로를 위안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은 언제까지 성장해야만 하는 가? 성장이 여성의 노동 경력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개념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