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Dongjin Kim

Dongjin Kim

7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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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本 ・ 2018

平均 3.5

오픈한 지 그리 오래지 않은 서울 도심의 어떤 서점에서, 김금희 작가의 이 책이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로 분류되는 매대에 꽂혀 있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잘못 분류된 것이겠지만, 소설도 읽다 보면 픽션임을 알면서도 너무 자신의 이야기 같아서, 혹은 바로 제 마음속에 있거나 있었던 특정한 어떤 이를 떠올리게 만들어서 펼쳐진 책에 가만히 손을 얹었던 적이 누군가 한 번쯤은 있겠죠. 그러면 그 소설은 제게는 에세이가 되기도 하는 것일 겁니다. 무엇인가 혹은 누군가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아주 오래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 "제가 가졌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라는 좋아하는 문장이 책을 읽는 내내 맴돌았습니다. 과거의 일을 오래 생각하는 사람은 단순히 미련이나 집착 같은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것이 지나간 다음의 현재가, 지금이, 어떤 의미들로 채워져 왔는지를 끊임없이 돌아보는 사람일 테고 그는 매 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으려는 사람일 겁니다. - 책을 고르고 나서 표지를 넘길 때의 느낌은, 극장 상영관의 자리에 앉았을 때 실내가 어두워지고 스튜디오의 엠블럼이 나올 때의 그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제목이든 작가든 그걸 골랐을 때 품어보는 감정들이 활자를 읽어가며 어떤 기분으로 깨어질지 가늠해보는 건 얼마간의 긴장을 동반하거든요. 깨진다는 건 주로 예상이나 기대를 엇나간다는 건데, 그러나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쌓이고 또 쌓이기만 하는 마음들은 내내 읽는 이의 과거를 생각하게 하는 언어들을 따라가고 있었고, 매 작품의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확인할 때면 그 너머의 이야길 홀로 상상하거나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 매일 아침 여섯 시 반에 일어나 광역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선미'의 이야기('그의 에그머핀 2분의 1')에서의 마지막 문장이 곧 이 책의 태도인 것만 같습니다. "이 도시의 어딘가에서 시작되고 있는 그들의 아침이 이 작고 완전한 프레임의 사진들처럼 온전할지, 그러니까 제대로일지, 혹시 잘려나간 어느 편에서는 울고 나서 맞는 아침은 아닐지 생각하면서." 보이는 게 전부인 줄 알고 그 이면을 굳이 헤아리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수많은 사진을 대충대충 스크롤만 넘기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과거를 헤아린다는 건 지금은 보이지 않게 된 것들을 마음으로 다시 보는 일일 텐데,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저는 모처럼 책이 주는 온기를 마주했습니다. 모두가 빠르게 내일만을 생각할 때, 그래도 어딘가에서는 생면부지의 누군가가 마찬가지로 생면부지의 누군가의 하루가 안녕했을지, 그냥 안녕한 게 아니라 정말로 안녕한지 가만히 생각해보는 이가 있다는 게, 그 생각에 잠긴 채 펜을 드는 사람이 있다는 게 바로 그 '온난한 하루'를 가능하게 만드는 거겠지요. 내년에도 계속해서 이런 마음들을 읽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