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민

カイバ
平均 4.1
모든 자아를 해체한 후, 사람에게 남아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 카이바는 2008년작으로 <마인드 게임>, <케모노즈메>에 이은 유아사 마사아키의 3번째 감독작이다. 앞의 두 작품이 스크린에 색이 범람하는 느낌의 원초적이고 감각적인 스타일이었다면, <카이바>는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이후의 간결한 화풍에 정착하기 전의 과도기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유아사 마사아키의 감독작 중 가장 인지도가 떨어지는 축에 속한다. . 사람의 자아를 규정하는 요소로 가장 핵심적인 요소 두 가지를 꼽자면 단연 육체와 기억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육체도 기억도 원하는 대로 복제하고, 바꾸고, 지우고,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다시 말해 자아를 지켜줄 것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면, 과연 사람에게는 무엇이 남아있을까? <카이바>의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된다. . <카이바> 속의 미래사회에 남아있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빈부격차, 폭력, 쾌락, 욕망, 거짓. 인류가 언젠가 도달할지 모르는, 자아가 무너진 미래사회에는 절망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뒤이어 유아사 마사아키는 말한다.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에게는 사랑과 헌신, 희망이 남아있다. 라고. . 분명 이 작품은 대중적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암울한 세계관, 무거운 주제, 단순하면서 난해한 그림체, 불친절한 전개와 느릿느릿한 연출의 불균형. 그럼에도 나는 이 작품이 좋다. <카이바>만의 분위기 속에 무거운 주제를 사소한듯, 하지만 진지하게 관객에게 건내는 유아사 마사아키의 손길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작품을 감싸안는듯한 음악과의 조화도 정말 멋지다. 특히 3화의 20분은 <업>의 5분과 나란히 놓을만하다고 생각한다. . 남에게 선뜻 추천하기는 어려운 작품이다. 하지만 그만큼 여운도 진하게 남는 작품이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에 흥미가 생겼거나 유아사 마사아키의 또다른 스타일이 보고 싶다면 한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