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비에게 세련된 이름이라도 붙여주고 싶어지는 영화.
비가 내리는 뉴욕에서의 하루처럼, 어떤 종류의 사랑이란 이렇다. 아침에는 연인의 완전함을 순간마다 인식하고, 내 연인의 순수한 단일성에 절망스러울 정도로 감탄하고, 관계의 달콤함에 매료되어 내 세상을 다 줄 것처럼 말하다가도
저녁이 되어서는 연인의 세상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 회의주의자가 되어버리는 것, 그에게 실었던 내 짐을 다시 가져오는 것, 그의 불면증이 되는 것.
예고 없이 내리는 비가 신발을 젖게 만드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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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걸어 나오는 때마침 흐린 날씨 아래로 비가 내렸다. 내일도 비가 오려나.